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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기도의 모양

박예슬 헬레나(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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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기도했는데 왜 성적이 안 올라요?”

15살, 주일만 기다린 적 있었다. 열심히 기도했는데 제자리걸음인 시험 성적표를 받고 본당 신부님께 따져 묻기 위해서였다. 학생의 물음에 ‘허허’ 웃으시던 신부님은 곧 이렇게 말했다. “성적을 올리려면 공부를 해야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노력을 하는 것도 기도란다.” 기도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안 순간이었다.

2019년 낙태죄 처벌조항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다. 이후 신생아와 다를 바 없는 태아마저 낙태되는 현 상황에 많은 생명 운동가가 혀를 내둘렀다. 날이 갈수록 생명경시 풍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생명을 지키는 관련 후속 입법이 이뤄지길 모두가 마음 모아 기도하고 있지만, 어째선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법은 그 자체로 국민 삶에 윤리적 지침으로 작용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낙태죄가 있었던 시기에도 대부분의 낙태가 그 허용 범위를 담은 모자보건법 14조를 벗어나 이뤄졌던 것을 고려하면, 후속 입법이 마련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잠시 양지에서 만연하던 것이 다시 음지로 들어가는 것뿐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만약 낙태죄 후속 입법을 원하는 이유가 낙태하는 여성을 단죄하는 것이 아닌, 낙태율을 줄이는 것이라면 우리는 보다 그 원인에 손을 뻗을 필요가 있다. 한부모, 미혼부모, 청소년부모 등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낙태를 고민하고, 어렵게 생명을 지켜냈음에도 죄인처럼 살아가는 모든 이를 향해서 말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제도는 미약하고 보호해주지 못한다. 이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낙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고, 생명경시 풍조 또한 개선되기 힘들다. 오늘날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느님의 자녀라면, 보다 다양한 형태로 기도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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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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