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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한국 사회에 하느님 법을 새기는 가톨릭 시민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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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함께하는 ‘예여공(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 모임에서, 지난달 간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호주 뉴캐슬대학교 연구진이 세계주교시노드 준비 과정에서 세계 가톨릭 여성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올해 보고서로 나왔는데, 11월 모임에서 그 내용을 주제로 나누려다가 같은 설문 문항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진행해 본 것입니다.

국제조사는 총 104개국에서 1만7200여 명이 설문에 응답했지만, 그중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은 소수이고 대부분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여성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 결과라, 한국 여성 신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예여공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임 전 2주 동안 간단하게 조사해 보려고 했는데, 설문 링크를 주위에 공유하며 참여가 늘어난 덕분에 총 149명이 응답했습니다. 국제조사에서 아시아 국가의 응답자가 인도 192명, 대만 99명을 비롯해 총 4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예여공 조사도 적지 않은 사례수로 여겨집니다.

대부분 ‘가톨릭 신자라는 정체성은 나에게 중요하다’(94)라고 응답한 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상세히 나누면 좋겠지만, 짧은 지면상 가장 특징적이었던 내용 한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국제조사는 시노드 여정과 관련한 설문조사라 가톨릭교회의 개혁 필요성이나 구체적인 과제에 관한 질문이 대다수였는데, 총 13개의 교회개혁 과제와 관련한 질문에서 동의도가 높았던 항목이 국제조사와 예여공 조사는 우선순위가 달랐습니다. 서구 여성들이 주로 참여한 국제조사는 ‘교회 지도자들은 권력 남용과 영적 피해를 포함한 다른 형태의 학대를 다룰 필요가 있다’(89)라는 내용과 ‘성직주의가 가톨릭교회를 해치고 있다’(85)라는 데 동의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 신자들은 ‘기후변화는 교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95.3)라는 것과 ‘전례와 교회 문서에 사용되는 언어는 성차별적이지 않아야 한다’(95.3)라는 내용에 동의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의 여성 신자들이 처한 상황이나 우선적인 관심이 서구 여성과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대다수 교회 내 문제를 다룬 조사 항목 중 거의 유일하게 교회의 사회적 과제로 제시된 기후변화 대응에 여성 신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여성 신자들이 꼽은 교회 내 과제 중에서는 성차별적이지 않은 언어에 민감하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갑니다. 그 이유를 두고 예여공 11월 모임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는데, 미사 때 ‘형제 여러분’이라는 호칭을 비롯해 사제의 강론에서 표현되는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자기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문제를 언어의 문제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여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교회 안의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게 안으로 쇄신과 정화하는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교회의 발걸음이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를 잘하기 위해서임을 한국 여성 신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금 느껴봅니다. 세상에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그저 성당에 나오라는 초대를 넘어서서, 기후위기 시대에 하느님 창조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 우리 사회의 정치가 정의롭게 이뤄지고 약자를 돌보도록 국민으로서 관심 갖고 참여하는 것 등을 모두 아우릅니다. “현세의 시민 생활에 하느님 법을 새기는 것은 이미 올바로 형성된 양심을 지닌 평신도들이 할 일”(사목헌장 43항)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처럼, 우리 신자들이 한국 사회에 하느님 법을 새기는 ‘가톨릭 시민’으로서 앞장서면 좋겠습니다.
이미영 발비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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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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