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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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평화칼럼] 메리 크리스마스!

이상근 마태오(미국 테네시 오크릿지 국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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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크리스마스 연휴는 마치 한국의 추석이나 설 명절 같은 느낌이다. 모두가 먼 거리에 흩어져 사는 것이 흔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긴 휴일을 보내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만나 음식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들의 문화이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도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붙어있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들, 캐럴이 울려 퍼지는 카페와 가게들, 들뜬 모습의 사람들과 평소보다 붐비는 슈퍼마켓과 상점들까지 모두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 시기를 보내며 유독 다르게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들의 인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분명 크리스마스의 대표 인사말은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인데,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 대신 ‘해피 홀리데이즈!’(Happy Holidays)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며 유다인, 무슬림, 힌두교인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를 강조하지 않고 인사하는 것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이고 바람직한 인사라는 개념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되었고, 그 결과 ‘좋은 마음’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즈’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사실 이 두 인사말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 ‘해피 홀리데이즈’는 말 그대로 ‘즐거운 휴일 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이제 곧 연휴가 다가오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는 훨씬 더 크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Merry’는 ‘즐겁다’(Happy)라기보다 ‘기쁜/기뻐하는’(Rejoicing)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Christ’s Mass)’라는 뜻이다. 따라서 합치면 ‘그리스도의 미사를 기뻐하세요!’라는 의미가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믿는 이들에게는 세상의 창조주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라는 말이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복음을 선포하고 전파하는 말이기도 하다. 종교가 다른 이들을 위해 ‘해피 홀리데이즈’라고 인사하는 것은 어쩌면 예수님을 숨기고 복음을 나누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이 주어진 것이다. 선교사가 되어 복음 선포를 하러 떠나는 사명을 받는 것은 특별한 은총이 허락된 이들이 할 일이라고 해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복음 선포의 인사말 정도는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크리스마스 캐럴, 아름다운 트리 장식, 산타클로스 등 화려한 것들 사이에서 예수님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단 하나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이실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그리스도’가 빠진다면, 우리를 구원하러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구유에 누워 계시지 않았다면, 찬란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울려 퍼지는 캐럴 소리도, 아이들이 기다리는 산타클로스도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그저 ‘즐거운 휴일’일 뿐일 것이다. 조금 쑥스러울지라도 내년 성탄에는 더욱더 많이 해보면 어떨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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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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