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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참 만남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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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로서 새해를 열고 있습니다. 집단 상담을 중심으로 운영하고자 ‘여기, 지금, BEING’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개인 상담에 대한 문의도 종종 들어옵니다. 상담을 받아보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잘 알기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동시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담자에게 좋은 상담사가 되어줄 수 있을지 걱정과 두려움도 느낍니다.

상담 신청서를 받으면서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개인 상담을 신청할 때 비대면 상담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여러 가지 장면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야 했고, 뭔가 답답하고 충분치 않더라도 그런 비대면 상황에 익숙해져야 했죠. 우리는 적응의 동물인지라 그 기간이 길어져 3년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다시 대면으로 돌아오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굳이 오고 가는 비효율을 감당하면서 대면 회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며 화상 회의가 더 활발해졌고, 재택근무의 이점이 널리 공유되며 권장되는 문화도 생겨났죠. 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상담에서 비대면이라니요.

저는 대면을 좋아합니다. ‘참 만남’이란 서로 눈을 맞추고, 표정을 살피고, 비언어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상담에서라면 더욱 그가 지닌 전체적인 분위기부터, 작은 몸짓 언어, 미세한 표정 변화를 잘 살펴 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사이에 두기보다는 가림막 없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분명하고도 당연히 더 좋다고 믿었죠. 이런 생각이 얼마나 나 위주의 생각이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비대면 상담은 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저는 위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비대면을 선호하신다는 그분의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집 밖으로 외출을 하는 것이 큰 용기를 그러모아야만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힘들어져 활동 반경을 걸을 수 있는 거리로 좁혀야 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만나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눈 맞춤을 하는 것조차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으로부터도 얼마간 거리를 두어야 안심이 되는 순간들이, 인생의 어느 때인가는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라면 그런 중에 용기를 내어 상담을 받기로 했다면, 그에게는 비대면이라는 형식이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타인의 손을 잡으려는 치열한 노력일 수 있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내담자의 입장을 더 헤아리고, 더 공감하고, 더 내담자 중심이어야 하는 상담사가, 상담사 중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상담사가 내담자를 더 잘 알기 위해, 즉 상담자의 필요에 맞춰 내담자의 얼굴을 육안으로 굳이 봐야 한다고 주장하다니요. 그런 법은 없습니다. 상담은 내담자 위주의, 내담자를 위한, 내담자의 시간입니다. 내담자의 그런 모든 상황까지 헤아리고 조력하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고요.

상담 공부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자기 본위로 살아왔는지를 뼈아프게 깨닫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여지없이 또 이런 순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아프고, 또 고맙습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이제 대면 상담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상담 신청 서류에 대면/비대면 항목을 추가로 만들면서 새삼 다짐합니다. 하루하루 더 열려 있는, 더 성장하는 상담사가 되겠다고.
최현정 아가시다(심리상담가·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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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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