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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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함께 명상하기의 힘 /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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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상담을 꾸려가면서 꾸준히 내담자들과 명상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단 10분이어도 같이 명상하는 것의 장점은 명상의 체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체험을 나누다 보면 ‘맞다, 나도 그랬다!’ 하는 끄덕임도, ‘그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신기하다’ 하는 새로운 자극도 얻으면서 역동적인 교류가 일어나고, 이것은 나의 다음 명상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갖게 합니다. ‘그럼 다음 명상에서 나는 어떤 걸 경험하게 될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지난 모임에서는 시작할 때 한 번, 끝날 때 한 번, 이렇게 두 번 10분씩 명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명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저는 보통 10분을 기준으로 잡고 명상 가이드(명상을 안내하는 구체적인 설명)를 시작합니다. 10분이 새로운 걸 시도하기에 딱 적절한 시간이기를 바라면서요. 하지만 가이드를 하면서 미리 상정하지 않은 변화가 생기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것은 참가자들 사이의 기류가 저의 가이드를 달라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명상하는 참가자들은 대체로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하지만, 저는 가이드를 잘 하기 위해 눈을 뜨고 그들의 명상을 관찰합니다. 그러면 눈을 감고 앉은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기류가 있습니다. 감긴 그 눈꺼풀 안에서, 또 공간에 감도는 공기 속에서, 왠지 모르게 조급함이 느껴질 때면, 저도 모르게 말을 빨리 하고 공백을 줄임으로써 지루함을 없애려 노력하게 됩니다.

반대로,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공기 중을 충만하게 채우는 것을 느끼면 저도 모르게 안내 말을 줄이고 박자를 늦춰 진행하게 됩니다. 애초 ‘10분 명상하겠습니다.’ 고지했지만 지나고 보면 7, 8분만 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10분을 훌쩍 넘겨 길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저 흐름을 타다 보니 그리 흘러간 것이지요.

이번에 함께한 바디스캔 명상에서는 참여자들의 진지한 몰입의 공기가 느껴져 말을 더 줄이고 공백의 시간을 오래 가지며 천천히 하게 되었습니다. 끝나고 시계를 보니 무려 2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 서로의 체험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 저는 평소보다 두 배로 긴 명상을 하게 한 이 분위기 속에서 각자 어떤 걸 경험했는지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한 참가자가 말합니다. “내 몸 구석구석에 감사하다는 걸 깨달은 게 처음이에요. 내 주의를 발꿈치에 두면서 내 발꿈치가 고마웠고, 내 심장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쉬지 않고 뛰는 내 심장에게 너무 고맙다는 마음이 들어서 벅찼습니다.” 어떤 분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하셨고, 또 다른 분은 ‘감사로 충만해지는 경험이 체온을 올리는 것 같다’며 따뜻해진 손을 보여주기도 하셨습니다. 뭉클해졌습니다. 논리로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뼛속 깊이 스며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생각합니다. ‘감사해야지’ 라고. 감사함도 ‘생각’으로 의무처럼 챙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사는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를 진정 달라지게 하는 힘은 생각과 감정이 함께 움직일 때 생깁니다. 오늘은 감사일기를 쓰면서 감사하는 점을 ‘생각’하기에 그치지 말고 온 마음으로 그 감사함을 충만하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얼굴에서 빛이 나고 온화한 미소가 퍼지는 그 몸의 감각을 느껴보시는 감사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최현정 아가시다(심리상담가·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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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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