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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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총선 공약 식별법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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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0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때마다 정당이나 입후보자가 국민에게 실행을 약속하는 정책 공약(公約)은 대부분 실행되지 않는 빈 약속[空約]이 허다하다. 정책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마구잡이로 던지기 때문이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 조달 방안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빠져 있다. 스펙 좋은 힘 있는 후보이니 내가 국회에 입성하면 예산을 끌어올 수 있다고 호소할 뿐이다. 여기에 상대 후보와 정당의 정책은 모두 잘못됐다며 무조건 반대로 하겠다는 이른바 ‘안티 테제’가 대부분이다.

총선 공약은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정부 요직의 경험이 있고 제1당이 된다고 꼭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면밀한 검토와 계획 없는 선심성 공약이다 보니 모든 후보자의 공약을 집행하면 국가 예산은 거덜나고도 모자란다. 그래서 공약을 실행하는 정책 예산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유권자는 선거 공약이 나의 삶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과거를 트집 잡아 폐기하고 무조건 바꾸겠다는 공약인지 아니면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도모하는 비전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어느 선거에서나 제1호 공약은 민생이었다. 더 나은 국민 생계를 이루겠다며 생활 정치를 외친다. 여당은 실행에 방점을 둔 행정부 공약으로, 야당은 정권 심판론에 법과 관련된 입법부 공약으로 표심에 호소한다. 그러나 보니 상대 후보나 당보다 자극적이고 솔깃한 공약이 극심한 눈치보기 식으로 시도때도없이 발표된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을 말한다. 거짓이 아닌 이행 가능한 공약을 의미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공약은 허공에 날리는 먼지가 돼 슬그머니 사라졌다. 공약을 준수하지 않아도 법적 제도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선거 후 잊히는 공약을 살리기 위해선 감시와 견제에 소홀한 언론의 반성과 유권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검증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후보자와 정당의 공약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현실적인 선의가 담겨야 한다. 숫자를 내세우는 공약에는 허상이 많다. 기본 소득 몇백만 원 보장, 일자리 몇백만 개 창출, 경제 성장률 몇 퍼센트 상승, 반값 사교육과 등록금 실현, 각종 특별법 제정 등이 대표적이었다. 숫자와 돈을 나열하는 후보자들의 감언이설은 유권자인 국민의 고혈을 더 짜내겠다는 꿍꿍이에 불과하다.

후보자의 지역 발전 공약에는 지역민의 해묵은 민원과 숙원이 담겨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인구의 수도권 편중으로 지방소멸과 불평등, 빈부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공약은 국가적인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지역 발전과 연계하는 전략적인 정책이어야 한다. 같은 지역에 출마한 여야 후보자의 지역 발전 공약이 같을 경우 누가 더 진정성이 있고 실행 가능한 종합계획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공약을 검증하고 식별할 때 꼭 봐야 할 요소가 있다.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의 삶의 여정을 통해 인간적 됨됨이와 정치 철학, 그가 향하는 시선을 살펴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은 따로따로였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사제의 직무와 관련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처럼 국민을 위해 헌신할 열린 마음이 있는지, 그리고 권력욕에 사로잡혀 손톱 밑에 때가 끼지는 않았는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은 소속 정당이 아닌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그리고 공약을 통한 능력 검증으로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행사돼야 할 것이다. 특히 거짓 정보나 조작된 이미지와 영상이 포함된 AI에게 자신의 판단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속임수와 포퓰리즘을 막는 길은 유권자 스스로 더 똑똑해져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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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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