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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여성의 안전, 모두의 안전을 위한 사회 / 이동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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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친화도시 프로젝트는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의 일자리, 돌봄, 안전, 역량강화 등을 지향한다. 여성의 일자리를 지역사회에서 창출해 경제적 독립을 돕고, 여성의 역할로 해석돼 왔던 돌봄을 지역사회 차원에서 함께 해결하고 남성의 참여를 격려, 지원한다.
돌봄의 사회화와 제도화는 돌봄이 여성의 역할로 당연시되는 것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한다. 돌봄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여성이 지역사회에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민주시민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이나 모임 등을 지원한다. 성폭력, 아내 폭력, 성매매, 인신매매 등 성별화된 폭력에서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기에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 해석돼 사회적 반발도 있다. 그럼에도 여성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다른 구성원에게 불이익이 된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피해를 당하지 않아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성폭력이 발생한다면 행복한 것일까 하는 질문과 연관된다. 성폭력을 비롯한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건 특정 구성원의 인권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 구성원의 삶과 관련된 문제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고등교육, 대학입학률에서 성차별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통계는 보고한다. 하지만 출발점이 다름에도 사람들은 공정한 경쟁으로 제한된 조건을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여성들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차별과 가족 내 성역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변화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작동한다. 남성이 생계부양자라는 인식하에 여성들은 취업, 경력 유지, 승진 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한다.
더욱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안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여성혐오 범죄와 스토킹, 가정폭력으로 여성들은 길을 가다가, 일터나 집에서, 데이트 과정에서 피해와 죽임을 당한다. 피해자가 적다고 해서 간과할 수 없고 가해자의 도덕적 일탈로만 축소 해석할 수도 없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격받고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가해자 처벌 강화, 주민 대상의 젠더폭력 예방교육, 피해자 상담, 치유, 법률 지원이 필요하나 2024년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은 삭감됐고 관련 단체들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 ‘69세’(임선애 감독, 2020)의 피해자 효정(예수정 분)은 나이가 많아 성폭력 피해를 당할 리 없다는 사회에 상처받으면서도 저항한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면서 주체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에머럴드 페넬 감독, 2021)에서 캐시(케리 멀리건 분)는 명문대 의대생이었지만 동급생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해 자살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는 부유하고 전도유망한 청년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법적 처벌이 되지 않은 가해자에 대해 친구를 위한 복수를 감행한다.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 인권을 논할 만큼 여유가 없다고, 이러한 예들은 극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자기계발 담론이 팽배한 사회에서 이러한 논의를 하는 사람들은 할 일 없는 사람들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성폭력 피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해 고통받고 살해되는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제도·구조적 차원에서 피해 경험에 공감하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젠더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폭력, 성차별, 성역할 고정관념에 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성인지교육, 젠더폭력 예방교육이나 여성을 성적 대상이 아닌 동등한 존재로 해석하는 미디어의 역할 등이 요청된다. 교회도 젠더폭력에서 자유로운 공간은 아니다. 교회 내부에서 폭력예방 장치를 마련하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젠더폭력 피해자를 위한 구조, 상담, 폭력예방 교육 등으로 성평등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이동옥 헬레나(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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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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