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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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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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있어 감사합니다. 새해 벽두에 세웠던 계획들이 흐트러지는 때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시작점이 되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면 기회는 여러 번 있습니다. 신정에 세운 계획들이 무너져 갈 때 구정이 다가와 목록을 점검하고 새 다짐을 할 기회가 있었고, 그럼에도 작심삼일로 끝난 목표들을, 이번엔 아이들의 새 학기에 맞춰 다시 출발선으로 끌어옵니다.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초심을 장착해야지요.

저의 새해 계획 중 하나는 ‘근육량 1kg 늘리기’입니다. 1kg은 너무 작은 목표가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1000g이라고 달리 표현하겠습니다만, 저에게는 도전적인 숫자입니다. PT 선생님과 함께 제 몸 상태를 측정하고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냉정한 관점으로 논의한 끝에 결정한 수치입니다.

30대에는 새해 운동을 시작할 때면, 야심 찬 포부를 품곤 했습니다. ‘말 근육’이라 부르는 매끈하고 선명한 근육을 동경했죠. 피부 겉으로 갈라진 근육의 모양이 드러나도록 만들고 싶다는 게 목표였지요. 그렇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이는 외관에 초점이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 근육이란, 미의 측면에서 선망하는 어떤 장신구처럼 고려되었던 듯 합니다. 물론 매번 실패로 끝이 났고, 연말이면 풀죽은 마음으로, ‘내년에는 기필코!’를 외치곤 했습니다.

40대에 이르러서는 관점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족한 근육량으로 인해 기초대사량은 낮아지고 뱃살은 두둑해지는데, 정작 근력은 약해지고 피로감은 커졌습니다. 전형적인 마른 비만으로 향하는 체성분 검사의 수치를 보고서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말 근육은 커녕 그나마 있는 근육도 더 빠지고 있는 노화의 현실도 직시해야 했지요. 허황한 꿈에 젖어 멀고 먼 꿈을 향해 달리기보다, 현실에 기반해 목표를 수정하고, 전념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요. 이젠 겉으로 보이는 근육 라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나이와 함께 줄어들 근육을 얼마나 잃지 않고 지킬 것이냐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얼마만큼 근육을 더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때였습니다. 근육이 잘 붙는 근육형 체질은 따로 있고, 저와 같은 반대의 체질은,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목표를 잡는 게 현명하다는 것 또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그러한 판단에서 ‘근육량 1kg 늘리기’는 운동에 관해서는 늘 패배자였던 저에게 ‘난이도 상’의 목표입니다.

저는 과연 올 연말, 목표를 이루었다며 자랑스럽게 SNS에 사진을 올릴 수 있을까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의욕적으로 주 2회를 목표로 했던 운동을, 지난달에는 주 1회도 채우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3월로 들어서며 저에겐 초심이 다시 필요합니다. 이렇게 저의 목표를 못 박아 적어 두는 것도 스스로에게 압박을 가하는 작업일 겁니다. 저만 힘들 수는 없으니, 당신에게도 묻습니다. 1월에 적어 둔, 당신의 올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최현정 아가시다(심리상담가·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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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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