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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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누구에게 충성할 것인가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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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4·10 총선은 민생이 실종되고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사상 최악의 선거였다. 이번 총선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의는 실종됐다. 그들만의 리그에 국민은 마지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불공정하고 부도덕한 경선은 처음부터 국민을 외면했다. 선거 전 정치판은 몰상식과 꼼수가 활개치는 막장극이었다. 각 당의 공천 과정은 권력과 명예에 만취한 협잡꾼들의 정치 도박장이었다.

이번 총선은 진정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다. 대선의 꿈을 키우고 각종 범죄와 비리 혐의자들이 제 살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선거였다. 더 나은 민생을 위한 정책 경쟁은 실종됐고 정파적 이익과 복수극만 난무했다. 포복하고 아첨하던 사람이 공천을 받자 당선을 위해 주군을 공격하고 배신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를 알고도 어쩔 수 없었다. 어떻든 정치는 필요했고 공동선을 위한 최선의 봉사자를 찾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국민으로부터 막중한 정치적 책임을 부여받았다. 4년의 임기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만과 독선의 정치, 복수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 당의 적폐를 지적하기 전에 자신과 소속 정당의 적폐를 솔선수범해서 먼저 청산해야 한다. ‘자기반성’이 없는 정치는 앞으로 국민의 신뢰도 선택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의정 활동의 시선은 오롯이 국민을 향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직업이 아니다. 당선자들은 대부분 고유의 직업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리하는 봉사자일 뿐이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민생 현장에 국회의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 정치에만 몰두한다. 당직을 맡으려고 정쟁의 선봉에서 투사가 되고 미디어 정치로 이름 알리기에만 집중한다.

당선 자축 파티가 열린다. 꽃바구니와 화환이 넘친다. 지지자들이 몰려와 눈도장을 찍고 새로운 결속을 다진다. 반면 낙선자는 몸을 숨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신음하는 유권자를 찾아가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당선자와 낙선자의 모습을 보고 싶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며 그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드러내셨다. 국회의원의 자리는 꽃자리가 아니다. 십자가를 지는 고난의 길이다.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

선택받은 당선자는 임기 초에 국회에서 선서한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공표한다. 국회의장의 선창에 따라 선서를 하고 서명한 선서문은 국회 사무처에 보관된다. 그런데 선서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선서했으면 국민과 지역 유권자에게 나름의 충성을 다짐하고 서약해야 한다.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로드맵)을 제시하고 4년 동안 수시로 의정 보고회를 열어 심판을 받아야 한다. 경쟁 후보의 차별화된 공약도 대신 이행할 것을 약속해야 상생의 정치가 실현된다.

가톨릭교회에선 주교로 임명되면 신앙을 선서하고 충성을 서약한다. 이는 주교단의 으뜸인 교황에 대한 충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교에게 위임된 사도적 직무에 충실하고 하느님 백성과의 친교를 통해 보편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하느님께 맹세하는 것이다.

선서와 서약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맡아서 신실하고 믿음직스럽게 감당해야 한다. 착함과 선함이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으로 향할 때 비로소 정치가 되고 그 공은 하늘에 닿는다.

화려한 언변과 눈치 보기로 상대 당의 저격수가 되고 자당의 나팔수가 될 것인지, 국민들의 무거운 멍에를 대신 짊어질 것인지, 회개와 성찰의 기도를 바치며 주님께 답을 청하는 당선자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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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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