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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로마 가서 교황님을 만나다(박모란 클라라, 인천교구 박촌동본당 27년 차 교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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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5일 저녁, 한 통의 전화에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선생님, 로마 가시죠!”라는 김용수(당시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교리교육부국장) 신부님의 말에 놀라 “정말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정말 내가 교황님께 직접 교리교사 직무를 받으러 간다고? 그것도 한국인 최초이자 대표로?’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큰 은총에 가슴이 마구 뛰고 설레어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님만 계속 부르며 기도상 앞에 앉아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한국인 최초’와 ‘한국을 대표해서’라는 말이 뇌리를 스치니, 좀 전까지 기뻐 날뛰던 마음은 사라지고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직무를 받고 나서 나는 어떤 교사로 살아가야 하는가?’, ‘선후배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로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숱한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성체조배와 묵주기도를 하면서 ‘주님께서 나를 선택하신 데는 이유가 있으실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로마로 향할 준비를 했습니다.

2024년 1월 16일,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자 교황님께 교리교사 직무를 받으러 간다는 사실이 실감 났습니다. 로마 다 빈치 공항에 도착하니 유학하고 있는 장민규(인천교구) 신부님이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첫 일정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일반 알현으로, 유학 중인 이인섭(인천교구) 신부님이 동행하셨습니다. 두 번의 검색대를 지나 바오로 홀로 들어섰는데 맨 앞자리로 안내돼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교황님을 가까이서 뵐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요동치며 얼굴이 상기됐고 기뻐 어쩔 줄 몰랐습니다. 이 놀라움의 은총을 받을 수 있게 된 데는 알현을 신청한 장민규 신부님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다음날은 바티칸 박물관을 관람했습니다. 해설사에게 2시간에 걸쳐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더 신비롭고 대단했습니다. 박물관 밖으로 나가니 성 베드로 대성전 외벽 위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상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바티칸에 아시아인 최초로 한국인 신부님이 모셔져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후 대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교리교사로 살아오는 27년 동안 겪은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마저도 오늘날 내가 있기까지 지탱해준 버팀목이었다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인 1월 21일, 성 베드로 대성전은 교황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려는 세계 각국 신자들로 꽉 찼습니다. 교리교사 직무 수여 미사 전, 교황님 정식 알현을 기다리는 동안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천상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았습니다.

교황님께 교리교사 직무를 받는 그 순간, 미사에 참여한 전 세계 사람이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가톨릭은 전 세계적이며 보편적인 종교’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삼종기도를 바치려고 성전 밖에서 기다리는데, 제가 입은 한복이 예쁘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기에 입은 우리 옷이 다른 나라 사람들 눈에도 예쁘게 보인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자랑스러웠습니다.

‘늘 부족함이 많은 저를 당신의 손에 꼭 맞는 도구 만드시어 사용하소서. 모난 부분은 갈고 닦으시어 둥글게 둥글게 하여 사용하소서!’ 오늘도 주님께 올리는 저의 기도이옵니다.



박모란 클라라 (인천교구 박촌동본당 27년 차 교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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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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