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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님, 바티칸에 우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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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작가 생활하는 내게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 김대건 성인상을 설치했던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해였습니다.


바티칸에 동양 성인의 성상이 모셔지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고 성인상이 설치된 성 베드로 대성당 외부 벽감(壁龕, 벽면을 오목하게 파서 만든 공간)은 600년 전부터 비어 있었던 아주 중요한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작업은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님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김대건 신부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며 시작됐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2020년 11월 29일~2021년 11월 27일)을 마무리하며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억하고자 유 추기경님이 성상 봉헌 의지를 밝히신 것입니다.


작가를 찾는 과정에서 당시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였던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님은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와 베르니니의 작품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보던 유 추기경님은 한국의 성인은 한국인 작가가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하셨습니다. 그렇게 성 베드로 대성당의 첫 한국 성인상 제작을 한국인 작가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티칸에서 한국인 작가를 찾기 시작했는데, 가톨릭신자이면서 이탈리아에서 작업이 가능한 돌 조각 작업 전문가를 원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경력이 있는 작가를 찾는 것으로 결정이 됐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45년 동안 돌 조각을 했고 이탈리아 카라라서 유학한 저의 경력이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이 준비시킨 것으로 여겨집니다.


2021년 12월, 교황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바티칸에 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제작하려고 하니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대전교구청에 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제작한 적이 있었기에 저는 그때 만들었던 네 개의 모형과 완성한 사진을 보냈습니다. 얼마 뒤 교황청에서 심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2022년 7월 18일에 있었던 1차 심사에는 바티칸 예술 책임자 피에트로 잔데르를 비롯해 미술 담당자, 바티칸 건축가, 유흥식 추기경님이 참석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크기, 제작 방법, 작품이 의미하고 있는 것, 작품의 설치 방법까지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답변했습니다. 1차 심사가 끝난 뒤 작업실이 있는 피에트라산타(Pietrasanta)로 돌아와 작품의 정확한 크기와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배경을 모형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김대건 신부님 성상 제작 작가로 최종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이 몰려왔습니다. 50년간 힘들고 어려운 돌조각을 포기하지 않고 작업해 왔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성상의 모습을 결정하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여러 개의 모형 중에 오른손에 십자가를 든 자세를 염두에 뒀으나 설치 장소가 외부인 점을 고려했을 때 눈과 비, 바람, 햇빛에 노출돼 색과 모양에 변형의 우려가 있기에 두 팔을 벌리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으로 최종 선정이 됐습니다. 그렇게 바티칸에 성 김대건 신부님의 성상을 세우는 의미 있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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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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