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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무일푼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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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 교육일정 중에 하루는 지정된 장소로 가는 교통비만을 주고 점심 한 끼의 식사와 돌아오는 교통비를 해결해하는 내용이 있었다. 거기에는 식사와 교통비는 구걸하지 말고, 아는 사람에게 청하지도 말고 오직 노동을 통해서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었다.

우리 팀은 운이 좋아 무료급식소에서 식사준비와 설거지를 하는 대가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한나절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소유와 소비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그전에 내가 얼마나 나의 소유에 깊게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다른 이들에게 거만하게 굴거나 큰 소리를 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부끄럼과 창피함을 무릅쓰고 일과 밥을 청해야했다. 주머니에 돈이 있었으면 그 돈의 힘을 믿고 돈을 사용 했을 테지만 무일푼이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의 호의와 따뜻한 마음씨를 기대하고 믿어야만 했다. 결국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기도하면서 실제 삶에 있어서는 훨씬 더 깊이 하느님보다는 내 소유나 소비에 삶을 의탁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있고 소비되는 시대이다. 인간관계의 여러 부분도 서비스의 형태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은 삶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열쇠가 된다.

평소에 자신의 소유나 소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달에 한두 번 소비하지 않는 날을 지내보면 어떨까? 점심한 끼 굶어도 괜찮고, 버스 타는 것 대신 걸어가도 괜찮을 것이다.

김영수(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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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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