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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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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여수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 화재가 나 아홉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일이 있었다. 그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왔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 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다,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번 화재로 숨진 이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구구절절하다. 그들의 단 한 가지 목표는 ‘금전적 안정’이었다. 코리안 드림을 이뤄 고국에 돌아가 장사를 하려고, 또는 아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딸의 혼수를 마련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일했다. 공사장에서, 보일러실에서, 폐기물 처리장에서, 프레스 공장에서 그토록 악착같이 일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온갖 모멸과 구타, 그나마 떼이기 일쑤인 쥐꼬리만한 월급이었다.

국내 산업구조의 변화와 우리나라 근로자의 이른바 3D업종에의 취업기피 현상은 값싼 임금을 담보로 하는 국내 중소제조업체의 구인난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수요에 맞춰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제조업체들의 구인난을 일부 해소하기는 하지만, 문화차이로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비롯해 고용조건과 주거상태 및 가족동반 여부, 건강 등 사회?문화적으로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수반하고 있다.

허술한 법망을 피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그것을 볼모삼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일부 몰지각한 고용주들로 인해, 더 많은 사회적 문제가 양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해 발생되는 모든 문제를 ‘불법체류자’와 관련해서만 찾으려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적법근로자냐, 불법근로자(체류자)냐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하느님의 자녀로서 낯선 땅에서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 줄 우리 시선의 변화가 더 시급한건 아닐까? 우리는 혹시 그들로 인해 손해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우리 자신도 모두 외국인 노동자다. 우리도 중동의 건설 현장에서, 독일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불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국인 관련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다문화가정 문제이다.

우리는 미국 슈퍼볼의 영웅 하인즈 워드 등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한국계 혼혈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나와 같은 핏줄임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들도 자라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었으며, 성공하기 전까지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자란 나라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조차 많은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하는 현실이다.

2006년 현재 국제결혼은 3만9700여 건이다. 이는 전체 결혼의 11에 해당하며, 2000년 3.7에 이르던 국제결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다시 말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배달민족의 단일성과 민족성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인해 혼혈인에 대한 배타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친서방적인 사회문화로 인해 백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반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여성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우호감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많은 갈등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모른 척 한다면 그들은 방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다문화가정 품어 안는 교육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개설 지원 ▲대학생 멘토링 대상자로 다문화가정 자녀 우선 선정 ▲교사 및 또래집단과의 1대1 결연을 통한 자녀의 정서적 안정 도모 ▲교원연수 강화(소수자 배려 교육·한국어 교육?한국문화 교육) ▲교육과정 개정 시 중3 도덕교과에 ‘타문화 편견 극복’단원 포함 ▲지역인적자원개발 사업 통한 지역단위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불법체류자 자녀의 교육권 보호를 위한 부처 협의 추진 등으로 돼있다.

정부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해 교육 지원 대책을 마련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들이 바라는 것은 편견 없이 사랑 가득한 우리의 시선일 것이다.

최병조 신부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이주사목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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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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