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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 일치] 잃어버린 어린양 / 조성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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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을미년(乙未年)이다. 양의 해가 시작됐다. 희생과 속죄라는 신앙적 의미를 지닌 양은 성경에서 무려 500번 이상 반복적으로 인용될 정도로 자주 나오는 동물로 교회에 매우 친숙하다. 아직도 표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전통 중 하나는 팔리움(Pallium)이다. 교황과 대주교가 자신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기 위해 제의 위에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좁은 고리 모양의 양털 띠를 말한다. 팔리움에는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 18)라고 당부하신 말씀이 담겨있고 ‘자신의 어깨에 잃어버린 어린 양’(루카 15 5)을 올려놓는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곧 잃어버린 양을 위해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 11)는 엄중한 책임이 서려있다.

한국교회에서 북한주민들은 ‘잃어버린 양’이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화해와 일치의 손길은 주님을 위한 우리의 희생과 속죄다. 따라서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 10)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증거해야만 한다. 한국교회는 북한주민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관심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요한 10 14)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북한의 종교정책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치 경제 사화 문화 교육 등에 대한 포괄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나의 양’을 잘 알고 있는 착한 목자들이 더욱 더 요구된다. 양의 해인 올해는 모든 교우들이 그러한 착한 목자들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1월 6일 남북 평화를 기원하며 1995년 3월 7일 저녁 7시에 첫 미사를 봉헌한 것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명동성당에서 봉헌해 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1000회를 맞았다. 같은 시간에 평양 장충성당에서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동시에 봉헌되고 있다. 이번 미사를 계기로 남한의 신자 1명이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북한의 54개 천주교 본당 한 곳에 영적으로 소속되는 기도운동인 ‘영적 신자운동’이 전개된다고 한다. 참으로 뜻 깊은 일이다. 영적 신자로 소속감을 가지고 작은 책임을 지니는 일부터 시작해 화해와 일치의 손길을 주변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내밀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워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해주셨고 또 사람들을 당신과 화해시키는 임무를 우리에게 주셨다.”(2코린 5 18) 따라서 민족 화해는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교회의 존재양식을 규정짓는 ‘시대의 징표’라 할 수 있다. 교회의 본질이 ‘화해의 성사’라는 점에서 분단된 민족 사회를 화해시키고 하나의 통합된 사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 모두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유대인과 이방인을 갈라놓았던 담을 헐어 버리고 서로 원수가 되었던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신”(에페 2 1-4) 그리스도를 본받아 남과 북에 잃어버린 양이 모두 한우리에 모이는 ‘하나의 새 민족’(에페 2 15)으로 태어나는 한 해로 만들어 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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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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