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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미션으로 주어지는 영성 / 조욱종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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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의 작가인 로버트 볼트는 역사를 전공하여 교사로 일하다가 극작가로 시나리오 작가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다. 역사에 밝은 장점뿐만 신학적 깊이에서도 진지한 면을 지녀 ‘4계절의 사나이’의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계절의 사나이는 가톨릭을 벗어나 성공회를 만든 영국의 헨리 8세와 토마스 모어를 다루고 있는데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헨리 8세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총리 토마스 모어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종교를 이용하려는 잡다한 권력들이 왜 위험한지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라이언의 딸’은 작고 섬세한 개인으로서의 한 인간이 거대하고 냉혹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소외당하고 역할 하는지를 다루는 놀라운 작품들이다. 그러나 주로 칸영화제의 그랑프리를 차지한 롤랑 죠페 감독의 ‘미션’을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권력의 폭력에 신학적 해석으로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영화 미션은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개척하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립을 교황청이 중재하는 과정에서 대서양의 중앙을 달리는 자오선을 경계로 동쪽은 포르투갈이 서쪽은 스페인이 담당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촉발시킨 원주민들의 학살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원주민들은 세례를 받았기에 정복자와 같은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러나 백인 정복자들과 원주민들은 서로 다른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이와는 다른 입장이지만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던 신부와 다른 백인 참회자도 같은 그리스도인이지만 서로 달랐다. 멘도사! 그 참회자의 이름이다. 멘도사는 정복자들 중에서도 원주민들을 잡아들이는 가장 포악한 인간사냥꾼이었다. 그러나 질투로 인한 살인을 참회하고자 고행을 하던 중에 신부를 만나게 되고 참회의 새로운 삶으로 자신이 괴롭히던 바로 그 원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백인 정복자들이 쳐들어올 것이라는 소식에 멘도사는 정복자들과 같은 방법으로 총칼을 들고 저항하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신부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저항 방법은 비폭력적인 방법이어야 함을 그것이 참 평화를 지향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임을 그는 가르친다.

그러나 멘도사는 인간사냥꾼으로 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정복자들의 메커니즘을! 인간사회에는 많은 메커니즘들이 있다.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의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 교회이다. 멘도사는 분노에 눈이 가리어 교회의 특별함을 보지 못했다. 멘도사는 무기를 들고 저항하다가 정복자의 총알에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교회의 지향과 세상의 메커니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눈을 감는다. 그의 눈엔 오직 총칼에 훼손되는 성체만 보일 뿐….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에 대해 이런 보도를 한 신문도 있었다고 한다. 흰 수단의 검은 얼굴! 그들은 세상의 메커니즘을 이기지 못하는 교회를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교황이 되면 교황의 메커니즘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리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보적인 성향을 지녔다 하더라도 둘러싼 메커니즘을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과거의 관성에 의한 예측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떠한가? 그는 세상의 메커니즘과는 다른 교회의 힘 즉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역동성 그것은 우리 교회의 힘이기도 하다. 역동성 그것이야말로 교회의 미션으로 주어진 영성이 아닐까?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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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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