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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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 12월 테마 자선 ] 남을 돕는 일?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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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요양원도 가고 독거노인도 찾아가고…. 자식들 다 키우고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무료해져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미리 정해져 있는 봉사 시간을 피해 다른 약속을 잡으면 됐고 나이가 들면서 느꼈던 무료함·우울감도 잊을 수 있어서 남을 돕는다기보다는 제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동생(?)이 있습니다. 저도 출석률로는 다른 봉사자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생은 정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아 저절로 눈길이 갔습니다. 저에게 “언니 언니” 부르며 살갑게 구는 것처럼 다른 단원들에게도 친근하게 대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는 이였습니다. 우울할 수 있는 호스피스 봉사도 그 자매만 끼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환우들도 쉽게 마음을 열었고 열심한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배우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수소문해보니 암에 걸려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이라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하느님을 원망했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그런 사람에게 왜 그런 고통을….’

하지만 병문안을 가 그런 이야기를 건네자 그 자매는 오히려 저를 나무랐습니다.

“언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는 이제야 환자들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어서 기쁜 걸요.”

환자들이 겪는 끔찍한 고통과 두려움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느님 믿으면 행복해집니다’라고 말하기가 불편했다고 말하는 그 자매를 보며 저는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수년간 봉사활동을 하며 환자나 대상 가족을 그 자매가 대하듯 바라보았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배우는 것이라고 수차례 말을 하면서도 그들보다 나는 상황이 나은 사람 베푸는 시혜자의 입장에서 수혜자로 그들을 바라봐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그 자매는 달랐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친해지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그 자매는 그저 환자와 대상 가족을 그렇게 이해하려 한 것입니다. 그들과의 거리를 얼마나 줄이고 싶었으면 자신의 고통마저 그들을 이해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자매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다시 봉사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전과 같이 환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갑니다.

“하느님 믿으세요. 저 보세요. 암에 걸렸어도 다시 돌아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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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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