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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테마 - 자비] 따뜻한 말마디에 담긴 하느님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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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체험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분명하게 대답하기는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지 못했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순간에는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지나고 돌이켜보면 ‘아! 그게 바로 자비로우신 하느님이 나를 위해 하신 일이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조용히 지난날을 회상하면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 속에서 불민한 저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손길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작은 말 한 마디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느꼈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제가 퇴근해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쏘아붙이듯이 잔소리를 늘어놨습니다. 그동안 몇 가지 잘 풀리지 않던 집안일이 마치 모두 제 탓인 듯이 말하자 덜컥 화가 났습니다. 화로 격양된 마음에 “그러는 당신은 뭘 했냐”고 따지려다 말을 삼키고 말았습니다. 입을 떼려는 찰나에 거실에 놓인 구유를 보고 ‘구유를 꺼냈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림시기를 맞아서 아내가 내어놓은 구유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저조차도 뜻밖에도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말하는 순간까지도 제 마음은 화로 가득 차 있었는데 고맙다는 말을 하고나니 거짓말처럼 화가 사라졌습니다. 이어서 “스트레스 받게 만들어서 미안하고 잘 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하니 아내의 화도 누그러졌습니다. 애초에 따지려고 머릿속에 준비했던 많은 말들이 “고맙다”는 말 뒤에는 올 수가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맙다”고 말한 것은 제가 아니라 구유의 아기 예수님이 아니었나 합니다. 아마 이 말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그날 저희 부부는 크게 싸웠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한마디 말 덕분에 서로의 화가 사라졌고 차분히 대화를 나눈 후에 다툼의 계기가 된 일도 해결돼가는 중입니다.

구유의 아기 예수님이 계셨기에 작고 사소한 일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보잘 것 없는 일에서부터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고 체험하도록 늘 깨어있도록 노력하고자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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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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