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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가톨릭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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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의 청첩장이 도착했다. 장소를 확인해 보니 시청 근처의 성당이었다. 예전에 두세 번 참석해 보았던 성당 결혼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엄격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성당에서의 결혼식은 혼배미사 그러니까 종교적인 미사가 아닌가….

혼배성사라는 이름을 붙은 만큼, 결혼식은 신으로부터 축복받는 자리이자 성스럽고 거룩한 자리로 느껴진다. 하지만 신자가 아닌 나로서는 이 자리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가톨릭 미사가 익숙하지 않는 여러 번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절차 자체의 번거로움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면, 신랑신부에게서 뭔가 다른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내 주변에는 가톨릭 신자들이 많다. 가톨릭 재단의 대학교를 나오기도 했고, 친한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독실한 신자들이다 보니, 나에게 성당이란, 그리고 가톨릭이란 막연한 호기심이자 친숙함의 대상이다. 자주 듣게 되는 일상용어처럼 말이다.

일상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의 모습은 종교적 색채보다는 편안함과 인자함, 그리고 아이 같은 장난스러움까지도 느껴졌다. 이는 종교라는 엄격한 모습 대신 이웃집 어른 같은 편안함이다. 아직도 학교며 거리에서 만나는 신부님이나 수녀님의 모습은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의 밝은 표정을 보며 같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다.

한 종교가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신자가 아닌 사람들의 삶에 무언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실 내 것이 아닌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그럴 것이다. 그나마 내가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접했을 때 막연한 거부감 대신 편안함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가톨릭이 가진 포용력과 다름에 대한 인정 때문인 것 같다. 해마다 석가탄신일이면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고, 성탄절이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가톨릭교회와 불교의 훈훈한 모습은 종교가 지향해야할 진정한 화합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가톨릭은 ‘무조건 믿어라’가 아닌 단계별 준비가 필요하기에 무게감과 신뢰감이 더 느껴진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이 과정을 통해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그래서 참 쉽지 않은 결과물이다. 그 과정을 소화해내는 주변 지인들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결혼식 당일. 결혼식 아니 혼배 미사에서 또 한번 거룩한 예식을 보고 듣고 느끼며, 그냥 나는 세속적인 사람에 지나지 않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미사 안에서 왠지 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느낌 그리고 가슴 가득 충만함을 느낀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장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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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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