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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북에서 온 그대, 함께할 통일미래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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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3초 만에 결정된다고 한다.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규정짓는 인식의 단초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제공된다는 말이다. 한 번 형성된 인식은 고정관념이 돼 쉽게 변하지 않고 일관된 태도와 무의식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인식의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주민배제 탈북시설! 밀실야합 결사반대!’ 개발이 한창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다. 정부는 탈북민의 심리적, 정서적 고립을 해소시키고, 사회통합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남북통합문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내세웠음에도 ‘통일대박론’이 무색할 정도로 탈북민 정착 시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는 흡사 남과 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연상케 한다.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를 갈라놓는 철조망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서울시가 도입한 임대주택 혼합정책의 부작용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탈북민이 밀집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설치된 철조망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의 장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2016년 6월말 현재, 우리 사회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모두 2만9543명이다. 2014년 통계청 추정치로 남북한 전체 인구는 7508만 명, 그 중에 남한은 5042만 명, 북한은 2466만 명에 이른다. 통일미래를 염두에 뒀을 때, 북한이탈주민이 ‘더불어 살 동포’로 ‘통일 후 남과 북을 이어줄 가교’라고 인식한다면,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비율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름과 차이는 어느 정도의 불편을 야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결단코 틀림이 아니다. 잘못된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새로운 통일미래 앞에서는 그 어떤 장벽도 될 수 없다. 통일에 앞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이 북에서 온 누군가의 가슴에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오직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별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꽃송이를 숨겨놓고 있기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다.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이라는 미래의 별을 아름답게 비추어 줄 ‘숨겨진 꽃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편견과 차별의 눈이 아닌 진심어린 마음의 눈으로 소중한 꽃송이를 바라봐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왜냐면 북에서 온 그들은 함께할 우리의 통일미래이기 때문이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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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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