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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혼인 준비 목록 1호

이지혜(보나)교계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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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보나)교계사회부 기자



“행복해지려면 예뻐져야 해. 예뻐지려면 성형수술을 받아야 해…. 이것이 마케팅 학살이야. 24시간 동안 그 권력은 열심히 작동되고, 우리를 바보로 만들면서 죽음의 구렁텅이로 처박고 있어.”

영화 ‘디태치먼트’에서 기간제 교사 헨리는 ‘문제아’로 불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사고방식을 무뎌지게 만드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는 읽는 법을 터득해야 해.”

포털 사이트에 ‘결혼 준비’를 검색하면, 결혼 정보회사 선택 시 꿀팁 정보부터 결혼 비용 예산안 샘플,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가 주르륵 뜬다. 요즘 같이 자기 생각 없이 살기 좋은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만 준비(?)되어 있다면 결혼 준비는 파워블로거가 친절하게 올려놓은 결혼 준비 매뉴얼을 따라 선택하면 되는 일이다.

교회에서 혼인성사를 받기 위한 절차는 일반적인 결혼 준비보다 느리고 답답하다. 복잡하다. 웨딩플래너도 없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배우자와 배우자의 부모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 과정은 스스로 신앙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간이다.

결혼하기 어려운 시대에 청년들은 말한다. 교회의 문턱을 낮춰달라고. 그러나 한 수도회의 혼인 담당 사제는 말한다. 혼인성사를 위한 절차는 어려워야 한다고. 혼인생활은 내가 손해 볼수록 사랑은 깊어지는 것을 배우는 자리라고. 그 사랑이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임을 알게 된다고.

결혼 4년 차. 남편을 사랑하기 어려워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던 그 어두운 밤을 기억한다.

호화로운 결혼도 나쁘진 않다. 작은 결혼도 좋다. 손해를 보고도 배우자를 사랑하려는 마음이 ‘혼인 준비 목록’ 첫 줄에 포함돼 있다면. 그 마음을 버리지 않고, 날마다 새롭게 되찾을 수 있다면.



교계사회부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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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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