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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입술 위의 세레나데 / 한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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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아포리즘이 차고 넘치는데 어떤 서정적 이야기보다도 와 닿는 것은 먹는 것에 대한 말씀이다. 내 안에 고여 있는 목숨에게 날마다 성스러운 끼니를 주고 싶은 바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사람은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 된다고 한다. 가톨릭에 마음이 끌리는 까닭은 사랑스러운 먹을 것들이 많아서인 듯하다. 마치 입술 위에 아름다운 발라드의 사랑 노래, 세레나데가 얹어지는 느낌으로 어여쁜 먹을거리들이 가톨릭 안에는 여러모로 있다. 이를테면 거룩한 떡을 뜻하는 미사의 빵이 떠오른다. 최후의 만찬은 우리에게 삶의 빵이 되어 하루를 버틸 신심으로 함께한다. 곁들인 포도주는 통속의 오늘을 보내며 탁해진 내면의 피를 말끔한 흐름으로 영롱하게 바꾸어 놓는다.

패스트푸드의 시대, 사람들은 천천히 인생을 즐기는 이상향을 꿈꾼다. 더군다나 혼자 밥을 먹는 바쁜 모습이 익숙해진 지금, 성찬식처럼 모두가 어우러져 축복의 음식을 펼쳐놓은 의례는 포근한 노스탤지어를 자아낸다. 그 옛날 재앙을 벗어나려는 믿음으로 한 유월절의 섭식은 이제 우리의 끼니마다 깃들어 은혜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귀여운 먹을 것은 부활절 달걀이다. 친절한 이들에 대한 답례로 예쁘게 단장한 달걀을 나눠 준 자상함은 여전히 기쁜 의식으로 이어진다. 손안에 담기는 그 작은 모습이 뭉클한 악수처럼 마주한 이들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건네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기도가 개인적 행위라면 먹을 것을 에워싼 사람들의 무리는 어울림의 자리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정겨운 풍경이다. 가뭄 없는 은총의 샘물을 누리며 우리는 끼니마다 부활하고 있다.


한분순(클라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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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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