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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사랑의 열매 /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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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선우경식(요셉) 원장에 의해 1987년 문을 연 요셉의원은 빈곤층을 위한 무상 진료를 비롯해 식사나눔, 목욕서비스, 법률상담 등을 제공하는 곳으로, 지금까지 67만 명이 다녀갔다.

취재를 위해 요셉의원을 찾은 날은 강추위가 이어진 탓에 양말과 옷, 감기약을 타기 위해 들른 이들로 붐볐지만 취재 요청을 하자 ‘그런 거 안해요’라며 날을 세우기 일쑤였다.

날씨만큼 꽁꽁 언 분위기에 당황한 것도 잠시, 진료를 기다리는 한 남성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괜찮다’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공사장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일이 고되다 보니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입을 열었다. 요셉의원이 없었다면 지금 하는 일조차 할 수 없을 거라는 그는 이곳에서 받은 사랑을 꼭 베풀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대답은 그다음, 또 다음 사람에게서도 이어졌다. 경제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비례할 거라 생각하며 취재를 시작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 사람이 선의를 가지고 뿌린 사랑의 씨앗은 탄탄하게 자라 이처럼 곳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었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렇게 모인 작은 사랑의 씨앗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돼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요셉의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치는 대단하고 화려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어디서든지 가능하다. 그 시작은 내가 될 수 있다.


민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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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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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 제물을 바치는 이가 나를 공경하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이에게 하느님의 구원을 보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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