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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시인, ‘산림문학’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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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평 아우구스티노 시인, ‘산림문학’ 편집주간




사랑하올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

장미꽃이 막 피어날 때, 두근거리는 감사와 기쁨으로 어머니께 편지를 씁니다. 아침나절 맑은 햇살이 천상의 평온으로 오월의 지상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마치 어머니께서 저희를 보살피고 계신 것처럼, 이미 창조 때부터 마련된 계절의 여왕답게 어느 곳을 보나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연초록 희망이 뭉클뭉클 온 산야에 펼쳐져 있습니다.

어머니, 저희는 오월에 이르러 당신 품에 안겨 더욱 설렙니다. 어디를 가나 순한 초록빛이 밀려와 나이도, 설움도 잊고 나뭇잎처럼 햇살에 반짝이는 마음입니다. 오월엔 두려움도 슬픔도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은총의 풍광 속에서 한 번 사랑이면 끝까지 사랑으로 깊어지는 열정의 푸른빛에 물들어 환희의 기쁨 말고는 한눈 팔 틈도 없습니다. 오월 한 달만으로도 나머지 열한 달에 비할 바 없는 행복에 겨워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참 평화의 숨결을 머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몸은 세파에 지쳤을지라도 오월같이 청순한 영혼이고 싶은 저희의 바람이 어머니의 모성 깊이 안겨든 까닭입니다.

어머니, 심정이 같아야 사랑도 슬픔도 함께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삶이 부끄러울 땐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어머니께서 주님을 낳으시고 기르시고 아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고난을 겪었던 여정을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아립니다. 한편 진실도 열정도 없이 미움과 욕망에 길들여진 사람들 사이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보노라면, 못 박힌 주님 모습을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심정이 되어 저희도 함께 울고 싶어집니다. 한번 가면 다시 못 볼 지상에서 서로가 애틋하게 돕고 살아도 아쉬울 인생인데도, 나날이 재물과 출세에 눈멀어 휩쓸려가는 군상들의 슬픔 또한 안쓰럽기만 합니다.

어머니,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어머니의 위로와 평화를 더욱 간절히 바라는 저희들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기쁨이 어머니 품에 안겨온 오월이기에, 저희는 이토록 어머니의 달로 봉헌된 오월을 맞아 영광스러운 어머니를 더욱 찬미합니다. 어머니의 자애 안에서 기쁨 가득 피어난 환희의 선율이 저희 가슴속 향기를 머금고 하늘에 닿습니다. 오월에 피어난 모든 장미꽃을 마음에 담아 어머니께 드릴 때, 들녘의 풀꽃들도 아기자기한 기쁨을 귀엽게 봉헌합니다. 숲에서 시를 물어온 듯, 예쁜 새들이 어머니의 성심을 따라 아름답게 노래할 땐, 꽃을 보며, 어머니를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시를 씁니다.

“어머니, 꽃이 피어날 때 시를 써요/제 마음이 어머니를 향해/꽃처럼 피어나요/어머니를 향한 사랑 안에서 꽃향기가 나요/제 시의 향기는 어머니께로 가요//기쁜 마음에서 기쁜 시가 나와요/꽃 같은 마음에서 시가 피어나요/시는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어머니와 나의 사랑처럼 기쁨을 머금어요//어머니, 시는 언제나 사랑을 찾아가요/꽃이 피어날 때처럼 시를 쓰면/내 마음이 시로 피어나서 어머니께로 가요”(졸시 ‘꽃과 시’ 전문)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님! 어머니의 성심에 안겨 맞이한 성모성월을 앞두고 쓰는 저의 이 편지를 받고 답장을 주실 때는, 감성에 무뎌진 세상이 시의 기쁨으로 깨어날 은총을 함께 내려주세요. 저희의 삶이 비록 아프고 외롭고 슬플지라도 고아가 엄마를 만난 듯, 성모님을 향한 그리움을 모아, ‘보라, 인생아, 오월만 같아라!’ 하고 외쳐보게 하는 시심을 가득 내려주세요. 천상의 모후이신 어머니, 사랑합니다. 길이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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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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