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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독서 양극화, 이대로 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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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문맹률은 매우 낮다.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한글 덕분이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한글 문자의 원리와 운용 방법을 터득한다.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도 높은 교육열과 함께 낮은 문맹률이 있었다.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정착과 복음의 확산에도 한글 성서와 교리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회원국 중 22개국의 국민 15만 명을 대상으로 독해력 실태를 조사했다. 회원국 노동 인력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로, 우리나라에서는 6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단 16~24살 연령대에서는 22개국 중 일본과 함께 3위를 차지하여 최상위권에 올랐다. 문제는 55~65살 연령대다. 이 연령대에서 우리나라는 22개국 중 20위로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독해력 점수 차이는 영국이 0.1점이고 미국은 8점이었는데 우리나라는 48점이었다. 조사 대상국 중 차이가 1위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즉 중장년층의 실질 문맹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 능력이나 뇌 기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럽다지만, 그 점만으로 이 조사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원인이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책을 읽지 않는 것, 길고 복잡하며 생각해야 하는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휴대전화와 SNS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뉴스를 접하기도 하지만, 다소 어려운 개념이 나오는 비교적 긴 분량의 글은 좀처럼 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꾸준히 읽지 않으면 글의 뜻을 이해하는 능력은 감퇴된다. 비교적 간단한 전자제품 매뉴얼이나 의약품 주의사항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시행하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는 어떠한가? 2015년 우리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은 성인이 65.3였다. 1년에 1권 이상의 일반도서(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사람이 10명 중 6.5명,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3.5명이라는 뜻이다. 2013년과 비교하면 책 읽는 사람이 6.1나 감소한 역대 최저치다. 연평균 독서량과 독서 시간도 소폭 줄었다. 주목할 점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2.9권에서 14권으로 증가했다는 결과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읽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읽는다는 뜻이다.

OECD 조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젊은 층과 중장년층 사이의 독서 양극화,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사이의 양극화, 이렇게 이중의 독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8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 14를 넘게 되면 고령사회다. 이중의 독서 양극화와 이러한 고령화 추세를 겹쳐 생각하면 더욱 암담해진다.

지금까지 독서를 장려하는 일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중장년층 세대 스스로의 각성과 함께, 독서 진흥 정책과 독서 캠페인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크다.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소통이 수명이 늘어난 삶의 질과 만족도를 뒷받침한다. 행복 추구권과 복지 차원에서 독서에 접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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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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