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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성체를 모시게 해주세요

백형찬 라이문도 서울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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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교구 단체에서 주관한 신앙대회에 참가했습니다. 3000명 가까운 신자들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습니다. 대회 주제는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필리 4,1)였습니다. 성가대 합창 소리와 바이올린, 신시사이저, 기타 소리가 크고 장엄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신앙 체험을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자매가 부축을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왔습니다. 자매는 연구소에서 근무하는데 사무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일이 무척 많았습니다. 더구나 성탄절 즈음에 연구소 심포지엄이 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자매는 한 단체에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봉사하러 교구청으로 가다가 갑자기 팔과 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주저앉았습니다. 사람들이 부축했고 구급차가 달려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주님 이토록 봉사했는데 이것이 당신 뜻입니까?” 주님을 원망하면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수술 후에 눈을 떴습니다. 손발을 움직이려 했습니다. 움직여지질 않았습니다. 병명은 ‘뇌졸중’이었습니다. 오른쪽 얼굴과 팔다리가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육체와 정신은 나날이 피폐해졌습니다. “주님, 이럴 바에는 죽음을 주세요”라는 기도까지 했습니다.

재활 치료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쉽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절망 상태였습니다. 그때 남동생이 휴대폰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안에는 봉사 단체에서 보내온 메시지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자매님, 힘내세요.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글을 보니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재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성탄절도 많이 지난 때였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성당을 찾았습니다. “예수님, 늦었지만 탄생을 축하해요. 저를 어서 낫게 해주세요. 열심히 봉사할게요.” 그 후로 아주 조금씩 손과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이젠 오른손으로 천천히 십자 성호도 그을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두 손으로 성체를 모시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립니다. 자매는 신앙 체험을 다음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만을 믿습니다.’ 이 말씀처럼 저는 주님만을 믿습니다.”

작년 가을, 나는 출근하다가 쓰러졌습니다. 고속도로 터널 속을 지나가는데 차가 자꾸 오른쪽으로 쏠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진땀이 흘렀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대를 꼭 잡았습니다. 간신히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부터 하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감아도 돌았습니다. 구토가 나왔습니다. 차 속에서 쓰러졌습니다. 조교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응급차가 달려왔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뇌를 컴퓨터 촬영했습니다. 다행히 뇌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천정은 계속해서 돌았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수면제를 놓아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겨 정밀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 결과, 오른쪽 귀 전정기관에 세균이 침투해 평형 기능이 망가진 것이었습니다. 화장실도 갈 수 없고 칫솔질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습니다.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저를 낫게 해주시면 신앙생활도, 봉사활동도, 학교 일도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주님만을 믿습니다.”

그 후 계속된 치료와 재활 훈련으로 어지럼증이 조금씩 가라앉았습니다. 지금은 거의 나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1는 어지럽습니다. 그 1의 어지러움은 주님과의 약속을 꼭 지키라는 메시지 같습니다. 나는 그 약속을 꼭 지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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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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