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시사진단]자살 1위 국가

백형찬 (라이문도, 서울예대 예술창작기초학부 교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 냄새 훈훈하게 풍기던’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그의 빈소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얼마나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으면 목숨을 끊었을까? 늘 사회 정의를 외쳤던 정치인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그의 죽음을 보면서 자살을 생각한다.

자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신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이기적 자살’이다. 현실과 타협하거나 적응하지 못해 소외감을 심하게 느낄 때 일어나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팽배한 사회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둘째는 ‘이타적 자살’로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집단에 지나치게 밀착됐을 때 발생하며, 집단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지닌 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 셋째는 ‘아노미적 자살’로 당연하게 여기던 가치관이나 규범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일어난다. 주로 사회나 가정이 엄청난 변화를 겪으면 발생한다.

가톨릭 신앙에서 보면 목숨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다. 성경에는 사람이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그 과정이 분명하게 기록돼 있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 목숨은 우리 인간이 갖고 싶어서 가진 것도 아니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거룩한 모습대로 사람을 창조했다. 결국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은 하느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하느님이 주신 귀한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는 안 된다. 이는 하느님의 사랑을 배신하는 것이다.

데레사 수녀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어느 도시에서 강연하고 나오는데 어떤 자매가 수녀를 붙들었다. “수녀님, 저는 지금 자살을 결심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더는 살아갈 희망도 용기도 없습니다.” 그러자 데레사 수녀는 “자매님에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내가 있는 인도의 콜카타에서 나와 같이 한 달만 일하고 난 후에 자살하세요”라고 말했다. 그 자매는 부탁을 받아들여 콜카타로 갔다. 그곳에는 오랜 굶주림과 병으로 새까맣게 말라 죽어가는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그들을 한 달 동안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제 자매는 자살할 생각을 거뒀다. 캄캄하던 자신의 앞날이 환하게 밝아왔다. 데레사 수녀와 함께 하느님이 주신 귀한 생명을 보살피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자살’이란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살 용기도 있는 것이다. 문득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가 떠오른다. 시인은 우리가 가시방석이라고 여기는 이 고통스러운 자리가 바로 ‘꽃자리’라고 노래한다. 이 시를 읽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자.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네가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7

시편 34장 9절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눈여겨보아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