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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별명이 교주래요

장동민 요한 사도 하늘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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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과자와 함께 손 글씨로 쓴 쪽지를 나누어 주셨다. 딸이 받은 쪽지를 펴보니 이름 대신 ‘교주에게’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이유를 물어보니, 원래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별명이 ‘교주’인데, 이제는 선생님도 그렇게 부르신단다.

이유는 다르지만, 사실 내 별명도 한때는 ‘교주’였다. 군 복무 중일 때였는데 당시 한의사는 면허가 있어도 군의관이 아닌 일반 사병으로 복무해야 했다.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첫 주일이었다. 일직사관이 “종교행사 갈 사람은 손을 들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번쩍 들었는데, 아뿔싸! 갑자기 중대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이 아닌가.

당시는 이등병이 종교행사를 간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내가 편안히 미사를 다녀오는 동안, 온 중대원들은 연병장을 데굴데굴 굴렀다고 한다. 다음 주일에도 종교행사 인원 파악 때 주저 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물론 연병장에는 또다시 먼지가 피어올랐다. 한 달 정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더는 나로 인한 ‘집합’은 없어지게 됐다. 나중에 들으니 ‘건드리면 큰일 날 놈’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인근 공군부대에 공소가 생긴 다음부터는 일주일에 2회 종교행사를 만들어 냈다. 매주 수요일에는 ‘육군 공군 연합 성가대’ 연습을 위해 양쪽 부대원들의 저녁점호 열외를 이끌어 냈고, 토요일에는 합동 미사를 위해 근무 열외를 받아냈다. 물론 처음부터 가능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휴가 중인데도 미사 해설을 하겠다고 군복 입고 부대 복귀를 했더니, 그때부터 슬슬 ‘교주’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단장 당번병’을 거부하면서 ‘교주’라는 별명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참모부에서 미리 언질을 받자마자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소위 이러한 ‘꿀 보직’을 걷어찬 이유가 바로, 일주일에 두 번 가는 ‘종교행사’였기 때문이었다. 비신자 입장에서는 소중한 휴가와 꿀 보직을 팽개치고 별반 영양가 없어 보이는 종교행사를 더 챙기는 모습이 마치 무슨 ‘교주’처럼 보였나 보다.

우리는 가까운 성당에서 매일 쉽게 미사를 바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누리고 싶은 행복일 수도 있다. 당시 첫 부대 배치를 앞둔 대기병 가운데 천주교 신자만 따로 모아 얘기를 했다. “여기 전화번호 꼭 외워 가세요. 아마 여러분들이 예하 부대로 내려가면 종교행사에 참석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럴 땐 전화 한 통만 하세요. 그 용기만 내면 하늘이 두 쪽 나도 미사 드릴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이후 전화해서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된 사병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병도 있었다. 전화 한 통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종교행사를 누리는 것과 제대할 때까지 성당 근처에도 못 가는 것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사실 주님은 언제나 구원의 손을 내밀고 계신다. 그것도 아주 여러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계시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일부러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신앙을 위해서 아주 조그마한 용기를 내면, 하느님께서는 그 몇십 몇백 배로 갚아주신다. 우리는 그저 내미신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기만 하면 된다. 이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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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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