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시사진단]혐오사회의 위험

표정훈 요한 사도 출판평론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한국 사람은 국적,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해요. 자신이 백인인 줄 알아요. 서양인인 줄 착각하는 거예요. OECD에 가입하고 경제가 발전했다는 우월감에 제1세계 사람인 줄로 아는 거죠.”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어떤 말과 행동들이 혐오인지 짚고, 혐오의 생산과 유통 배경을 밝히는 책 「그건 혐오예요」(홍재희, 행성B)에 나오는 주현숙 감독의 말이다.

이 책에서 김경순 감독은 타자(他者)가 되어 상처를 받아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이라고 믿었던 자아의 정체성에 균열이 생긴다. 그런 상처와 균열이야말로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이다.

“상처에 함몰되면 자기 삶이 무너지겠지만 그 상처를 통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세계가 밖에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저는 자신을 타자화해 보는 거, 타자가 되어 보는 경험이 정말 소중하다고 봐요.”

최근 몇 년 사이 혐오를 주제로 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대표적인 책으로 홍성수(숙명여대)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 : 혐오 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어크로스)를 들 수 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혐오 표현에는 “동남아시아 출신들은 게으르다”, “조선족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다가 시비 붙으면 휘두르는 게 일상화되어 있다” 등과 같이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말들이 있다.

또한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 “나서지 마라”, “집에서 애나 봐라”와 같이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한계를 지우는 유형도 있다. 홍 교수는 이런 말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발화된다면 어느 순간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허위가 사실로 둔갑해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는 것.

한 권만 더 살펴보자. 독일의 언론인이자 작가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정지인 옮김, 다산초당)다. 엠케는 이른바 표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거나 비하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신이 용인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조차 모른다. 자신이 어떤 집단을 혐오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쉽다.

이렇게 혐오 관련 국내외 저자들의 책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혐오가 점점 더 만연해가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성경이 우리에게 말한다. “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탈출 22,20) 사실 예수님의 일생은 당시 사회에서 천대받고 소외되며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보듬는 삶이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소수자의 다른 이름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0-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7

시편 27장 1절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