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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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정신이 번쩍 드는 날

유은재 리디아(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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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계절을 지나고 있다. 아무리 기온이 치솟아도 취재는 계속되기에 8월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기운이 쭉쭉 빠지다가도 제정신이 돌아오는 때가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도우며 훌륭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취재 현장이다.

어느 무더웠던 날, 서울 광진구의 한 반지하 방을 찾았다. 당뇨 합병증을 앓으며 홀로 살아가고 있는 70대 여성의 집이었다. 방문을 열자마자 뜻밖의 풍경에 깜짝 놀랐다. 수십 장의 그림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하나같이 강렬했다. 독특한 화풍을 가진 작가의 습작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인의 한 칸짜리 방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할머니는 자살 충동을 이겨내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서울 자양동본당 생명분과장 김해주(엘리사벳)씨의 추천이었다. 할머니는 죽고 싶단 생각이 들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도 참기 힘들 땐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씨는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에너지는 할머니의 생에 대한 의지가 아니었을까. 무심한 세상에서 손을 내민 김씨, 그 손을 잡은 할머니, 두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결식 어린이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홍대 ‘진짜 파스타’를 찾은 날도 기분이 좋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급식카드는 보통 한 끼에 4000원 정도인데 요즘 외식 물가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쓸 수 있는 식당도 잘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저렴한 메뉴를 고르거나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우는 게 익숙하다. 오인태 사장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아예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단, 눈치 보지 말고 먹을 것. 그거면 된단다.

선행 기사를 쓸 때면 정신이 번쩍 든다. 노트북에 코 박고 찡그리며 지내지 말아야지 결심하며,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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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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