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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에파타 기적

이정훈 필립보 네리(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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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복음 7장 31-37절에는 예수님이 행하신 ‘에파타 기적’이 등장한다.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시자,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 말을 제대로 하게 된 기적이다.

8월 25일 봉헌한 ‘에파타성당’은 이처럼 예수님의 치유 기적을 찬양하고 염원하며 건립된 서울대교구 첫 청각장애인 성전이다. 이날 봉헌식 후 박민서 주임 신부는 지난 8년간 성전 건립 기금을 기꺼이 봉헌해준 수많은 은인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제대를 바라보며 떠올린 묵상 내용을 전했다.

“여러분 제대 벽면을 보십시오. 왼쪽의 직선 기둥과 오른쪽에 약간 기울어진 기둥이 있죠. 직선 기둥은 청인이고, 기울어진 기둥은 청각장애인과 고통받는 이들입니다. 제대 벽은 뒤쪽으로 기울어져 들어간 형태인데, 문이 열린 모습을 뜻합니다. 청각장애인과 청인이 따로 있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손을 잡고 하느님을 찬미하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시고 이 열린 틈으로 은총의 빛을 비추심을 묵상 중에 느꼈습니다.”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가 성당 150곳을 다니며 기금을 마련하고 새 성전을 짓기까지 꼬박 8년. 같은 장애를 가진 사제가 신자들의 힘겨운 신앙생활을 해결해주고자 지녔던 강렬한 희망이 기적처럼 이뤄진 것이다.

문득 성경 말씀을 조금 바꿔 생각해봤다. ‘에파타 기적은 과연 청각장애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일까.’ 사실 에파타 기적은 그들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박 신부가 수많은 본당을 다니며 청각장애인들의 삶을 전한 것이 그들의 어려움을 모르던 많은 이의 귀와 마음을 열리게 하지 않았는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 에파타 기적이 성전을 짓게 한 힘이지 않았을까. 박 신부 말대로 봉헌식 내내 제대 벽면 틈 사이로 환한 빛이 계속 드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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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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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9장 2절
주님, 제 마음 다하여 찬송하며 당신의 기적들을 낱낱이 이야기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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