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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감추지 말고 드러내기 : 미닝아웃(김경자, 헨리카,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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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에서는 남과 다른 개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주 조심스럽다. 집단 규범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그것을 남과 단순히 다른 것으로 보기보다 옳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나는 너랑 의견이 틀려’라는 표현을 통해 ‘다름’을 ‘틀린 것’과 동일시하곤 한다. ‘My School’ 대신 ‘우리 학교’라고 말하고, ‘My Country’ 대신 ‘우리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집단보다 개인의 독립과 책임을 강조하는 개인주의의 등장에 따라 젊은 소비자들이 바뀌고 있다. 이들은 집단 규범과 다른 자신의 신념이나 의견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소비 행위를 통해 이를 당당하게 드러내는데 이를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에 빗대 ‘미닝아웃 트렌드’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이 공유하고자 하는 슬로건을 적은 티셔츠를 입거나 슬로건이 적힌 가방, 신발, 모자, 텀블러를 구매하고 스스로 상징적인 로고나 굿즈(상품)를 개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몸에 문신 형태로 글이나 그림을 새기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환경 보호나 동물 복지, 제3세계 지원, 채식 실천과 같은 명분이 확실한 신념을 노출했으나 차츰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나 개별화된 신념까지 표현하는 것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소비 행위는 어느 사회에서나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신념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미닝아웃 트렌드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의견이나 가치관이 같은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바이코트(boycott, 구매 캠페인)로 업그레이드되기도 한다. 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SNS에 티켓 인증샷을 올리고 남자 친구 데리고 영화 보기 캠페인에 동참하자는 움직임도 바이코트의 연장선이다. 2010년에는 미국에서 소비자 바이코트를 돕기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되었다. 앱에서 지지하고 싶은 기관과 그들의 캠페인을 선정한 후 쇼핑할 때 바코드를 스캔하면 그 제품이 내가 지지하는 신념에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미닝아웃 트렌드의 확산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다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SNS나 블로그처럼 개인의 의견과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개인 미디어가 다양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 트렌드는 특히 자아 표현 욕구가 강하고 개인 미디어 활용에 능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의 신념을 이용한 마케팅도 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금에 기부하기 위해 스마트폰 케이스와 팔찌를 제작한 한 기업은 유명 연예인이 이를 구매한 이야기가 바이코트로 이어지면서 단시간에 매출 신장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러나 마케팅을 목적으로 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비판을 받고 있고 결국 CEO가 물러날 지경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이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도구인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도 소비자도 서로의 목적을 위해 서로가 필요하다. 기업은 소비자의 신념을 존중하고 그 니즈에 부합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존재 목적이자 살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의 신념을 이용하려고만 한다면 소비자들은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SNS로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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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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