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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별(나혜선, 요셉피나, 성가 가수·금속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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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저의 바닥이 어디인지 낱낱이 확인하게 되면서 인생 최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강화도의 빼곡한 밤하늘 별들 사이에서 지는 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도 저렇게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으로 품어야 할 가족에게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함께하는 공동체에 뾰족하게 굴고 말았습니다.

굽이굽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골짜기에 갇혀 힘에 부치는 순간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때 자신이 가진 진짜 모습을 확인하게 되면서 무릎은 꺾이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 순간에 제 삶의 방향에 대해 뒤돌아 볼 신앙의 깊이가 있었더라면, 하느님의 값진 초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여전히 저는 그 초대에 응답하기 위해 길을 찾고 있습니다.

홀로 견딜 힘이 부족할 때에는 복음의 가치를 우선으로 살아가는 신앙의 벗들을 만나게 해 주십사 청합니다. 그렇게 저를 하느님의 사람들 사이에서 점검해 나아가다 보면 간유리처럼 뿌옇더라도 그 방향만큼은 분명히 알게 됩니다. 또한, 제가 여러 시련을 겪는 동안 어떠한 순간에도 함께 있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과 그들을 통해 저와 함께 걸어주신 성령께서 제 안에 늘 뜨겁게 샘솟는 은총을 주셨음을 하느님께서는 깨닫게 해 주십니다.

누구든 고통스러운 무엇과 마주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별이라고 한 어떤 이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제가 심어 놓은 하늘의 별 중에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심어놓은 별은 몇 개쯤 될까요? 이 별들이 그토록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좋은 것들만 모여야 가능한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하니 허투루 보낸 고통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사랑과 고통은 공존의 영역에 함께 있어야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됩니다. 저는 이제 하늘에 수많은 별을 올려다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 헤아릴 수 없는 별 중에 내가 심어 놓은 고통은 몇 개쯤 될까, 내가 심어 놓은 기쁨은 몇 개쯤 될까, 내가 심어 놓은 감사는 몇 개쯤 될까? 이 모든 것들 안에 놀랍도록 빛나는 하느님의 섭리는 그 무리 안에 제가 심어놓은 희로애락들도 함께 빛나게 해주고 계셨습니다.

오늘 저는 비어있는 별자리를 하나 발견합니다. 그 자리에 새로 심길 누군가의 고통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치유되어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빛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길잡이 별’처럼, 그 자리에 심길 누군가의 ‘별’도 하느님께 다가서는 ‘길잡이 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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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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