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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없어질 자리

유은재 리디아(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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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첫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날, 중무장하고 취재에 나섰다. 이날의 행선지는 광화문과 청와대 앞. 한국도로공사에서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다.

“우리가 데인 게 많아서 어디서 온 기자인지 확인부터 할게요.”

명함을 건네고 농성장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비닐도 씌우고 바닥에 스티로폼도 깔았다고 했다.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에는 전기장판을 쓸 수 있다는데 비닐로 막은 실내는 야외나 다름없었다.

“직접 고용 쟁취! 비정규직 철폐!”

청와대 앞 집회 현장으로 갔다. 갑자기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은 노동자들은 비를 그대로 맞으며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집회는 한참 동안 계속됐다.

현장에 가면 물어봐야지 생각했던 것들이 많았다. 농성을 둘러싼 여러 시선에 대해서도 복합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무엇보다 그냥 추웠다. 바람은 차고 비는 찝찝한데 이런 날 밤을 길거리에서 보내야 한다니. 내일도, 모레도, 다가올 겨울에도 외쳐야 한다니, 걱정이 앞섰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이 톨게이트 수납업무는 “없어질 일자리”라고 했다. 똑똑하고 셈이 빠른 세상이다. 똑똑한 선택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나는 남을까. 당신은 남을까.

인제 톨게이트에서 일했다던 노동자의 눈물이 계속 생각난다. 투사의 얼굴이 아니라 오다가다 본 이웃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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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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