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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12월, 난민이 우리집 문을 두드리는 달(설지인, 마리아 막달레나, 아프리카개발은행 개발금융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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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8일 유엔 총회는 ‘난민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on Refugees)를 채택했다. 난민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고 이행 과정을 지속해서 확인, 검토하기 위함이다. 이 작업은 짧게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난민ㆍ이주 문제에 더 확장된 정치적 책임을 선언한 ‘뉴욕 선언’(New York Declaration)이 있었다. 이후 유관 국제기구, 유엔 회원국, 난민들, 시민사회, 기업, 전문가들이 계속 머리를 맞대고 작업하여 하나의 매듭이 지어졌다. 이번 달 17, 18일에는 제네바에서 처음으로 ‘세계 난민 포럼’이 열린다.

세계에는 약 2940만 명의 난민과 난민 지위 신청자들이 있다. 이들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차를 이유로 박해와 생명의 위협을 받아 국경을 건넌 경우이다. 같은 상황에 있으나 국경을 넘지 못한 채 모국의 다른 지역으로 피신해 있는 국내 실향민(IDP, Internally Displaced Persons) 수는 더 많다. 약 4130만 명으로, 난민들보다 구호사업이 닿기 더 어려운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흔히 ‘난민’ 하면 서방의 중ㆍ선진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듯하다. 통념과 달리 10명 중 8.5명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난하고 오랜 전쟁과 기후 변화의 여파를 겪고 있는 이웃 개도국으로 이주해 있다. 때문에 수용국에게도 상당한 사회ㆍ경제ㆍ환경적 압박이 가해진다.

근래에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배경에 참담한 실상이 놓여 있기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난민과 실향민 수가 급증했다. 작년 7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인도주의 문제로 다루어온 70년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새천년기로 접어든 후 20년이 지나는 사이 두 배가 된 것이다. 난민 문제는 오랜 역사와 가치 체계가 얽힌 사안이고, 최근 분쟁이 증가하면서 그 수도 증가한 것이다.

이들에게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자발적 본국 귀환을 택하거나, 수용국에 정착하거나, 제3국에 재정착하는 것이다. 현재 난민의 78 이상이 선택을 하지 못한 채 수용국 난민 캠프에서 5년 이상 지내고 있다. 식량, 교육, 보건, 거주지, 일자리, 에너지와 기간시설 등이 모두 제한적인 이 ‘림보’ 상태는 동일 국적 출신 2만 5000명 이상이 모여 있는 곳을 기준으로 1993년 평균 9년간 지속되었으나 2017년에는 평균 26년에 이르렀고, 앞으로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실향민들이 처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궁극적으로 이들 모두가 안전과 존엄성을 보장받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지칠 줄 모르는 정치적 교섭과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혁신이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난민ㆍ국내 실향민 보호 시스템과 대응 방안들은 이들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원후 역사의 첫 난민은 학살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해야 했던 아기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다. 이집트 땅에서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기록은 온전히 침묵하고 있다. 12월. 창조주가 갓난아기로 우리에게 오는 달이다. 1분에 25명이 생명을 위협받고 피난길에 오르는 지금, 창조주는 이들을 지키는 일도 우리 손에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좀 더 큰 대안이 속히 마련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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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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