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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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영혼의 심연 / 김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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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맑고 푸르른 가을이 가고 나뭇잎 떨어진 가지에 새들이 물결인 듯 앉았다 포르르 날아갑니다. 추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머지않아 눈이 내리고 눈이 그친 뒤 하얀빛과 아름다운 하늘의 푸른빛을 가득 담은 맑고 눈부신 설산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생각지 않은 너무나 갑작스런 이별 속에 천국으로 가신 지 벌써 3개월이 됩니다. 그곳 하느님 나라에서 잘 지내시지요?

행복의 송이가 소복소복 쌓이던 정겹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보고픔은 깊어갑니다. 홀연히 떠나셨지만 곁에 계신 듯 가까이 느껴집니다. 건강을 되찾아 더 오래 살아 계실 줄 알았습니다.

올해 4월. 우리가 만났던 마지막 밤. 5일 간격으로 맞는 생일을 서로 축하하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웃었지요. 완치되었다던 암이 3년 만에 재발되어 9개월 지났다고 하셨지요. 조금 여위어지신 듯했으나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였기에 다시 완쾌되실 거라 믿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로 피곤하면 안 될 것 같아 조금 일찍 헤어졌지요.

그리고 얼마 뒤, “새벽에 꿈에 나타나 많은 이야기 나눴다”며 “몸이 좋아지면 만나자”고 전화 주셨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하셨다고 따님이 알려주었습니다. 걱정되어 전화 드렸지만 받지 않으셨고,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돌아보면 연둣빛 나뭇가지에 상그러움 더한 풋풋하고 빛났던 5월. 그때 강의실에서 처음 만나 선배며 친구로 지내다 유학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헤어졌고, 교원 연수시간에 오랫동안 잊었던 친구의 소식을 강의하시는 교수로부터 듣고 기뻐했던 날.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해 계셨습니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가을날 함께 올랐던 관악산의 절경이, 현대미술관의 아름답던 가을 등산길이, 서울대학교 후문에 있는 산책길을 따라 가을 산을 함께 누비던 그 젊은 날들을 생각하며 기쁨과 애틋함이 마음을 후미며 지나갑니다.

전화 오면 퇴근 후 만나 삶과 이상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나누며 마음 가득 들리던 음악. 1564년경부터 피렌체의 메디치(Medici)궁에 들어가 활동한 이탈리아의 성악가이자 작곡가인 줄리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Ave Maria).

‘아베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 탄생 예고를 하려고 나자렛의 마리아 집으로 들어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루카 1,28)라고 인사했다는 복음서 내용에서 유래하는 라틴어 표기입니다. ‘Ave’는 라틴어에서 ‘문안드리다’, ‘인사드리다’라는 뜻이라니, 아베 마리아는 ‘마리아님, 문안드립니다’라는 말이 되겠지요.

많은 아베 마리아 중에서 간절하고 극적이며 계속 이어져 맑디맑은 기도가 아득한 하늘에 닿아 있는 듯 아름답고 찬연하지요. 이 노래를 오페라 가수인 이네사 갈란테가 부르면서 널리 알려졌지요.

마지막으로 함께 차를 마실 때 들었던가요?

계시는 곳에서는 이 노래 소리 들리는지요?

천국에서 들려오는 천사들의 환한 속삭임.

가신 하늘나라에서 높고 거룩하신 하느님과 사랑의 주님 성령의 보살핌 성모님의 자애로운 이끄심에 영원한 안식 누리며 지내시기를!

영원한 자아를 찾기 위해 맑은 영혼의 샘물 길어 즐겨 찾던 울창한 솔 숲 청아한 새소리 바람소리.

비오니 살아서 사랑했고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길!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방윤(소화데레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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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2-0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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