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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말씀의 기적(조한철, 안토니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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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는 악동이었습니다. 외로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바쁜 부모님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저는 집안에서는 골칫거리, 동네에서는 문제아였습니다. 늘 싸움을 걸고, 괴롭히고, 부수고, 더럽히고, 악을 쓰는 아이였습니다. 화가 나면 상대가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욕지거리하며 싸우자고 덤비곤 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당시의 저는 그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 손에 이끌려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당에서도 저의 말썽은 계속되었습니다. 조용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임해야 할 미사 시간이나 교리 시간에 말썽을 부리는 것이 저는 더 즐거웠습니다. 그러다가 한 수녀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수녀님은 기적처럼 저를 착한 아이로 바꿔 놓으셨습니다. 수녀님의 기적은 말씀을 통해서였습니다.

수녀님은 저를 “우리 착한 안토니오”라고 부르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항상 그렇게 저를 불러 주셨습니다. “우리 착한 안토니오 왔구나”, “우리 착한 안토니오 밥 먹었니?”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수녀님이 저를 그렇게 부르실 때마다 전 깜짝 놀라고 어리둥절했습니다. 소문난 말썽꾼이라는 걸 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데 왜 저를 그렇게 부르시는지, 처음엔 꽤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수녀님의 말씀은 저를 빠르게 바꿔놓았습니다. 아마도 수녀님께 그렇게 불리는 게 내심 좋았던 모양입니다. 수녀님께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성당에 더 열심히 다녔고,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저는 ‘착한 안토니오’가 되어갔습니다. ‘착한 안토니오’가 해야 할 일을 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착한 안토니오,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하시면 저는 친구들과 더 이상 싸우지 않았고, “우리 착한 안토니오는 기도 열심히 하지?” 하시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우리 착한 안토니오, 새벽 미사 나올 수 있을까? 안토니오가 복사를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말씀에 저는 매일 새벽 미사에 나가 복사를 섰습니다.

그렇게 저는 달라졌고 꽤 좋은 아이가 되어갔습니다. 지금 저는 주변에 많은 사람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나누고 보살피면서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때 수녀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조금 폭력적인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선 말씀으로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으로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만났던 수녀님 역시 말씀으로 저에게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우리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말, 사람을 예쁘게 하는 말, 스스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로 기적을 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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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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