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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성숙한 시민 /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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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미사에 참례하러 성당에 들어서다가 낯익은 아주머니 몇 분이 성당 이곳 저곳에서 ‘칙칙이’를 뿌려대며 분주하신 모습을 만났다. 저녁 때인지라 성당 청소할 시간도 아니어서 다소 의아했지만 스쳐 지나갔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뭐 하신거에요?” 하고 여쭈니 “소독했어요. 성당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니까 사람들 손에 닿는 곳마다 청소한 거에요.” 하시며 웃으신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시민들을 국내 두 곳에 격리하는 것과 관련해 약간의 잡음이 있기는 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기자 역시 “나 같아도 우리 동네에 격리 장소를 마련한다면 반대할 듯”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사회적 위기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대처 양상은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측면 모두 나타나게 마련이다. 예방에 가장 중요한 수칙은 마스크 착용. 마스크 품귀 현상을 틈타, 면 마스크 한 장에 무려 1만 원을 받겠다는 파렴치는 부정적인 대응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파렴치한 이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시민들은 집에 남은 약간의 마스크를 모아서 기부에 나섰다. 자발적으로 공용 엘리베이터 버튼을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며 꼼꼼하게 닦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소독이 봉사 활동의 한 가지 형태로 등장하기도 했다. 평택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버스 승강장과 택시 정류장 등의 소독에 나서기도 했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그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공동체 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비록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꽤 성숙한 모습이다.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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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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