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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북한, 교회가 닿을 마지막 영토 / 황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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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위해 교황청 연감을 열람했던 적이 있다. 2013년도 연감이었는데 잘 모르던 국가까지 신자, 본당, 교구 등 교회 관련 모든 정보가 데이터로 망라돼 있었다. 당시 깊은 울림을 느낀 까닭은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찾았다는 것만이 아니라 관념적으로만 인지하던 교회의 전 세계적 조직력을 수치로 확인한 데 따른 감탄이었다.

씁쓸하기도 했다. 중국과 북한란에는 공백을 의미하는 ‘(..)’로 표기된 까닭이었다. 공산주의 정권 수립 과정에서 두 교회는 박해를 받았다. 중국 교회는 당에 포섭된 애국회와 이에 반대하는 지하교회로 분열됐고, 북한의 모든 사제와 수도자는 정권으로부터 제거됐다. 연감을 보며 중국의 공백은 애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지하에서 교회와 일치를 이루며 신앙을 지키는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라면, 북한의 공백은 아직 교회가 닿지 못한 마지막 땅을 표현한 것이라고 개인적인 의미를 붙이기도 했다.

북한에도 애국회와 같은 ‘조선카톨릭교협회’라는 단체가 존재한다. 북한 노동당의 외곽기구로 권력 서열이 낮아 북한 내 영향력이 크지 않다. 이 평신도 단체를 통해 교회는 대북지원과 사제단의 방북 및 제3국 회동과 같은 민간교류를 이어간다. 의미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북한 정권의 전략적 이해에 교회가 동원된다는 일각의 비판 역시 인정한다. 일례로 이 단체가 북한 업무를 맡는 국내 각 교구 조직 및 교회 단체 간 대북 아젠다나 물자 지원에 경쟁을 붙이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교황청의 접근은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6ㆍ25 전쟁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박해 받는 두 지역을 위한 교황청의 노력이 강화된 시기이기에 그렇다. 2018년 교황청과 중국의 주교 임명 잠정협약으로 양자 모두 승인한 최초의 주교 야오순 안토니오가 임명됐고, 같은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화답했다. 2020년 현재,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개선됐음에도 중국 내에서 종교의 자유는 답보 상태며, 한국교회는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교황 방북도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북한과의 대화와 북한지역 상주 사제 파견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으며, 교황청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다. 교황청은 교회가 정치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선교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여러 비판과 이견까지 고려해 애국회와 중국 정권에 접근했다.

두 정권에 대한 교회의 노력은 언제, 어떻게 평가될까. 아마도 연감에 급격하게 증가한 중국과 북한의 신자수가 데이터로 기록될 시기일 것이다. 교회가 닿아야 할 마지막 영토까지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Misericordes sicut Pater·야오순 주교의 사목 모토) 회복했다는 평가와 함께 말이다.


황소희(안젤라) (사)코리아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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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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