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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평화 선봉대’ 스리랑카 교회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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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출장 중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영국이 세계사의 절반을 망쳤다”는 내용이다. 미얀마와 로힝야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대표적인 민족갈등이 모두 영국 손에 빚어진 사실을 꼬집는 말이다. 스리랑카도 영국 식민 지배 잔재로 2009년까지 고통을 겪은 나라다. 주류 민족 싱할라족과 소수 민족 타밀족이 벌인 처절한 내전도 영국의 이간책이 원인이었다.

가톨릭교회는 참혹한 26년간의 스리랑카 내전 속에서 평화 구축을 위해 선봉에 섰다. 스리랑카 교회는 교세는 작지만, 싱할라족이 주로 믿는 불교나 타밀족이 신봉하는 힌두교와 달리, 신자가 특정 민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편 교회 안에서 형제애와 일치를 추구하는 두 민족 신자들의 화합은 스리랑카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 같은 배경은 가톨릭교회가 자연스레 두 민족 사이 중재자 역할을 맡게 했다.

그 상징은 북부 전쟁터 한가운데 있는 마두(Madhu) 성모성지다. 두 민족 피란민들이 함께 머물며 성모 마리아께 보호를 청한 곳이다. 교회 호소에 양측 군대는 총을 거두고 이곳을 중립지역으로 정했다. 이 같은 역사를 기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평화를 향한 노력은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때로는 성당이 파괴되고, 사제가 살해당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 연꽃처럼 사명에 충실했다. 2009년 그렇게 내전이 끝나고 평화가 나라 전역에 퍼져 나갔다. 이제 스리랑카에서는 어느 순례지에서든 함께 웃고 떠드는 싱할라족과 타밀족 어린이를 만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사랑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은 스리랑카 교회. 한국 교회도 그 기운을 이어받아 ‘평화 선봉대’가 되면 어떨까. 남북한 대립부터 계급ㆍ세대 갈등에 코로나 19까지, 우리 사회도 평화가 너무나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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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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