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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삶 /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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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신앙을 전하는 사제.”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임무를 물었을 때 고 안토니오 신부의 답은 같았다. 사제로서 하느님 일만 할 뿐 다른 목적은 없다고 했다. 실제 한국전쟁 첫 순교자인 그는 생전 자신의 말과 일치한 삶을 살았다. 1950년 6월 25일 빗발치는 포탄에도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보호하고, 26일 떨어지는 포탄에서 성체를 지키려 성체를 모두 영했다. 27일 북한군 총탄에 맞아 쓰러질 때도 함께 있던 신자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겨 그를 살렸다. 극한의 상황에도 하느님 자녀의 삶에 충실했던 그는 진정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사람’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 한국 사회에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적지 않다. 하느님을 믿는다지만 말씀은 실천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한다지만 용서ㆍ화해에는 인색하다. 신자 10명 중 8명 이상(87.6, 「생명과 가정에 관한 의식 및 실태」, 2004)이 낙태에 찬성하고, ‘본당에서 활동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성직자·수도자·평신도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 등이 냉담의 주요 원인(「쉬는 교우대상 설문분석 결과보고서」, 2007)으로 꼽히는 현실은 이러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매일같이 말하는 단어 ‘아멘’(Amen)에는 ‘진실로’, ‘그렇습니다,’ ‘그럴 것입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신뢰할 만한’이라는 의미의 어근 ‘mn’에서 나온 히브리어로, 하느님 말씀에 깊이 동의한다는 표현이다. 우리는 지금 이 말을 하며 주님 뜻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단지 습관처럼 내뱉고 있진 않을까? 고 신부를 추모하며 모두가 자문해 봐야 할 질문이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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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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