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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우리는 갓수저다!(정다운, 프란체스카, 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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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살아보니 무슨 복(福)이 제일인가요?”

우연히 SNS를 통해 보게 된 재미난 제목의 글이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최근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었다며, ‘배우자 복, 자식 복, 부모 복, 시댁 복, 친구 복’ 중 최고의 복을 댓글로 뽑아달라고 했습니다. 갑론을박이 이어질 줄 알고, 몇백 개의 댓글을 쭉 내려서 읽어보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부모 복’을 최고의 복으로 꼽으며 ‘부모님을 잘 만나면 나머지 복이 저절로 따라온다’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결국 ‘부모 복이 곧 수저 복이다’라는 등식이 당연한 것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공평하지 않음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이자 지금 처한 슬픈 현실을 빗댄 계급론에 대한 자조 섞인 푸념일 수도 있는데요. 저는 신앙인의 시선으로 이 사안을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전혀 소용없는 일일까요? 금수저나 은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다면, 우리 삶은 희망이 없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전혀 아쉬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우리에게는 너무나 든든한 아버지가 계시니까요. 나의 아버지 하느님은 그 이름도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전지전능하신 분입니다. 아버지의 자녀들이 2020년 교황청 공식 집계로만 13억 3000만 명이니까 조금 많다는 게 함정이긴 합니다만 ‘부모 복 = 수저 복’의 논리를 대입해보면 우리는 영락없이 ‘갓수저’인 셈인 거죠. 능력 있고 힘 있는 금수저의 삶을 스스로 버리고 ‘갓수저’로 환승한 사도 바오로도 일찌감치 그 능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평생을 겸손하게 사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세속적인 기준에만 집중한 나머지 가끔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든든한 아버지를 등에 업고 있는지를 잊고, 자기 비하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혼자만 모르는 주말드라마 주인공처럼 말이죠.

이미 모든 힘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 계속 상황만 탓하고 있진 않으셨나요? 우리는 이미 그분의 자녀로서 주님의 능력을 대물림받아 이 세상을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갈 준비가 충분한데 계속 의심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하느님의 자녀로 내 삶의 존엄 가치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도 모자랄 인생입니다. 과정이나 노력을 하찮게 여기는 풍토에 과감히 일침을 날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버지 누군지 알아요? 나 갓수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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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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