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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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간절했던 어머니의 기도(신동진, 루도비코,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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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이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숙집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숙생이 하나둘 늘더니 곧 열 명이 되었는데, 하숙 일에서 오는 고단함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열 명의 하숙생과 여섯 명의 식구, 즉 16인분 식사를 차리시면 식사 장소인 마룻바닥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저녁에 하숙생이 하나둘씩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내오던 어머니는 하루에도 열 번은 상을 차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집 근처에 작은 식당까지 차리게 되자, 하숙은 하숙대로 식당은 식당대로 어머니의 고달픈 생활에 삶의 무게가 더해졌습니다. 새벽부터 하숙생 식사 준비로 시작해 밤늦게 가게 문을 닫은 후에도 일은 끝나지 않았고, 술을 거나하게 마신 하숙생이 속이 쓰리다며 밥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 수녀가 되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10대에 세례를 받고 ‘요안나’로 살면서 매일 주님께 기도를 드리셨다고 합니다. 1994년 주님 성탄 대축일 성야 미사에 제가 늦게 도착했을 때, 먼저 와 계신 어머니가 미사 시작 전 북적이던 분위기 속에서 혼자 두 손 꼭 잡고 간절히 기도하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얼굴은 그동안 가족을 위해 짊어졌던 모든 버거움과 절박함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저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고생하고 희생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다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과 희생을 가슴 깊은 울림으로 느낄 수 있었고, 우리집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어머니 기도와 헌신 덕분이란 걸 깨닫게 됐습니다.

요즘 세상 살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회복 탄력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회복 탄력성은 크고 작은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마음의 근육을 말하며, 강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사람들은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보다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사람은 1~3세 사이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대부분 그 사랑의 주체가 ‘엄마’라는 겁니다. 그 결과 어릴 적부터 뇌에 ‘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각인된다는 겁니다. 우리들의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 능력이 유아 시절 엄마에게서 비롯한 소중한 자아의식에서 생성됐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24년간 방송 생활을 하며 때론 넘어지고 다치고 상처도 받았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저 역시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받았던 무한한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어머니의 간절했던 기도를 통한 주님의 은총이었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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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8-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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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제가 주님을 불렀으니,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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