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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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본당, 복음화 위해 변화해야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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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교황청 성직자성에서 새 훈령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본당 공동체의 ‘사목적 회심’」을 발표했다. 모든 신자의 선교적 소명을 재발견하고, 동시에 본당 사목이 구역 내에 제한돼 있다는 생각을 뛰어넘으면서 본당 구조를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나온 이 훈령은 본당 공동체가 미래를 향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보겠다.

“본당은 단지 자기 보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복음선포를 위해 자신의 경계를 넘어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스텔라 추기경의 말이 매우 돋보인다. 오늘날 본당들이 복음화에 힘쓰기보다 자기 보존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관료조직의 구조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자못 반성해본다. 계속해서 스텔라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본당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성이나 궁전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 열쇠를 없애고, 문을 열고, 내부 공기를 환기시키고,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교황님이 여러 차례 말씀하시던 ‘바깥으로 나가는 역동성’의 의미입니다.”

최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대로, 모든 분야가 세계화, 디지털화 되다보니 견고한 바탕에 기반을 두었던 사회가 액체와 같이 출렁이는 ‘액체 근대 사회’가 되면서 모든 것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이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공동체를 이루며 한 곳에 오래 정주하는 삶의 방식보다는 직장, 여행, 취미 등에 따른 잦은 이동으로 반모임이나 구역모임이라는 기존의 소공동체 모임이 약화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등으로 이주민 이동이 급증하면서 난민사목, 이주노동자 사목, 혹은 다문화 가정사목과 같은 새로운 사목이 뜨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을 현기증 나게 느끼는 중에 최근 팬데믹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으면서 교회, 좁게는 본당 공동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나아갈 것인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에 교황청 성직자성에서 발표한 새 훈령은 본당 사목의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일찍이 ‘교회는 야전병원’과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본당은 가만히 앉아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목하는데 머물지 말고, 아프고 상처 입고 나눔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밖으로 나가 그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해주고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본당 안에 머물지 말고 그 경계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본당 사목은 복음화를 위해 ‘선교적’이 되어야 한다. 이제 사목은 사목이고 선교는 선교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 선교를 지향하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는 오히려 ‘평화사목’이라는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교단체가 이제는 사목이라는 이름을 붙여 수행하고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본당 사목 역시 마찬가지다. 사목의 개념이 확장되면서 선교와 호환되는 때가 된 것이다. 이제는 본당 밖을 향해야 한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며 본당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본당에서 미사가 재개되었지만 단체 활동이나 모임을 금지하거나 시행하지 않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과연 미사만 허용되고 일체 본당 활동의 중지가 수개월 지속된다면 본당 공동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본당 공동체의 주축을 이루는 반모임이나 구역모임, 레지오 회합 등이 6개월 이상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단체들은 흩어져버리고, 더 나아가 본당에서는 몇몇 사목만 남고 나머지는 이름만 남게 될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 시대는 교회, 좁게는 본당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도록 촉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본당 사목이 본당 공동체에 남아 있는 구성원들만을 위한 것으로 국한할지, 아니면 이번 기회에 본당 경계를 넘어 밖으로 나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하고 나누며 돌보는 ‘선교적인 공동체’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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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8-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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