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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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코로나19 시대 봉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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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베네딕도 수도규칙 4,21)

내 삶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충만하면 주위가 지상 천국이 될 것이다. ‘사랑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고 싫어하는 것을 멀리하는 것이다.’ 베네딕도 수도규칙에서 그리스도 사랑 실천은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않고 그리스도에 중심을 둘 것을 권유한다.

동이 트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단정한 옷매무새로 성무일도 아침기도를 하고 해질녘에 저녁기도로 하루를 마감한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 시간이 된다. 소중한 생명의 시간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나의 모든 것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청한다.

봉헌회 규정에 따른 청원기와 수련기를 마치고 종신봉헌 서약을 한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주님의 부르심에 ‘예, 여기 있습니다’를 외치며 제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길 때 가슴과 두 손은 기도 자세가 됐다. 성무일도는 종신봉헌자의 첫 번째 의무다. 종신봉헌식 마지막에 십자가를 목에 받을 때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거부하지 않고 꿋꿋이 지고 인내하며 해결한다’고 결심했다. 지나간 십자가는 잊고 다가올 십자가를 받아들여 주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성모님과 사부 베네딕토 성인께 나날이 간구한다.

8년 전 중용의 사부 베네딕토의 영성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베네딕도 수녀원에 봉헌회원 입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운영이 제한된 인원이라 신앙생활의 장애와 종신활동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개인면담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개인생활과 신앙활동이 중점적으로 검증됐고 기도생활에 필요한 기본교리 문답이 있었다. 지도수녀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땀을 흘리고 냉온탕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며 수치심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시간을 보낼 때 고대하던 선발통보를 받았다. 입회통보를 받았을 때 사실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시작이 반이다”라 하지만 중단 없이 봉헌생활을 해야 하는 압박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다행이 아내와 함께 입회 허락을 받아 서로를 다독일 수 있어 위안이 됐다.

코로나19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었다. 화합, 소통, 희망이 분열, 단절, 낙망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는 하느님의 섭리, 현재는 하느님의 사랑, 미래는 하느님의 자비’로 생활하는 신앙인들에게 용서와 기도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기도가 필요한 시기에 작은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봉헌회원으로 선발해 주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찬미를 드린다. 동틀 무렵 조용한 기도방에서 읊조리는 시편과 찬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밝음의 세상을 꿈꾸게 한다. 모든 기도문이 마음에 새겨지지만 특별히 성무일도 제1주간 주일아침기도 찬가(다니3,57-88)를 할 때 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찬가를 부르고 주위를 살피면 모든 것이 아름다운 찬양의 대상들이다.

‘거리는 멀리 마음은 가까이’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상전벽해를 실감한다. 그러나 봉헌회원 덕분에 고독에서 벗어나 환희를 맛본다. SNS를 통한 안부, 격려, 위로, 기도는 하루를 기대와 기쁨으로 만들어 준다. 매일 이른 아침에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는 묵상을 위한 말씀과 해설은 피정강론 같은 느낌이다. 느슨해지기 쉬운 시기에 보이지 않는 손이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다.

주님! 봉헌생활이 중단 없이 항상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소서.

주님! 하루 빨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최상원(토마스)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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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0-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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