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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인공지능(AI)과 진보, 그리고 윤리기준(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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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짐’을 뜻하는 진보는 그 말에서 오는 뉘앙스 덕분에 항상 좋은 것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한 대담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진보’라는 개념에는 지식과 힘이라는 두 가지 근원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인체의 신비, 자연의 신비 등 많은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지식을 축적해 가고 있다. 그리고 지식은 힘을 가진다. 우리가 안다는 것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식은 힘을 불러왔고, 그 힘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마치 면죄부가 있는 것처럼 사용해 왔다. 다시 말해 그 힘을 우리가 안다고 여긴 자연과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나 기후위기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지식과 힘이 조합된 지금의 진보 개념에는 근본적으로 관점 하나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선’이라는 측면이다. 즉 ‘무엇이 선인가? 지식이 힘을 어디로 이끌어야만 하는가? 그저 일단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가 아니면 인간과 세상을 위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재어 볼 수 있는 내적 기준에 관한 물음도 함께 제기해야만 하는가’ 라는 점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 윤리적인 측면이 대폭 누락되고, 지식을 통한 힘만 앞세워 키워 간다면, 이런 진보는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진보의 개념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자유라는 개념이다. 흔히들 자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자유에는 한계가 있고,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래서 진보와 자유는 윤리적 성찰과 함께 균형을 가져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20년 12월 23일, 인공지능 시대 바람직한 인공지능 개발·활용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AI) 윤리기준을 마련하고, 그 구현을 위해 지향되어야 할 최고 가치로 ‘인간성(Humanity)’을 설정한다. 즉 모든 인공지능은 ‘인간성을 위한 인공지능’을 지향하고, 인간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간 고유의 성품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고 함양하도록, 또한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 해롭지 않도록 개발되고 활용되어야 하며, 개인의 윤택한 삶과 행복에 이바지하며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주어진 목적에 맞게 활용되어야 하며, 목적의 달성 과정 또한 윤리적이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 및 사회적 안녕과 공익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개발되고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공지능 윤리기준’은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윤리기준은 “구속력 있는 ‘법’이나 ‘지침’이 아닌 도덕적 규범이자 자율규범으로, 기업 자율성을 존중하고 인공지능 기술발전을 장려하며 기술과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윤리 담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즉 우리 사회가 그리고 기업윤리가 이 윤리기준을 준수할 만큼의 역량을 가졌는지, 그만큼 성숙한 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미흡하다. 윤리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서 윤리적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윤리적 역량 강화를 통해 인공지능 윤리기준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정부는 윤리적 성찰의 능력 함양을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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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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