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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하루 볕이 모여서 / 강희산(리오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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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여차 하여 막내딸 손녀를 신생아 때부터 4년째 돌보고 있다. 아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신비스럽기 그지 없다. 뒤집기, 되집기, 배밀이, 기대 앉기, 홀로 앉기, 붙잡고 서기, 첫 발자국 떼기, 걷기, 뛰기 그리고 말을 하기 시작부터 노래를 가르쳐 주면 말도 할 줄 모르는 아기가 긴 가사의 노래를 할 때는 참으로 신기롭다 그래서 시쳇말로 ‘뿅~’하고 벌어진 입이 안 다물어 질 때가 있다. 하느님은 무슨 재주로 이렇게 예쁜 아기를 나한테 붙여 주었을까. 벌어진 입꼬리가 귀를 잡아 당길 때마다 내가 하늘나라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늘나라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육아란 사전을 보면 ‘아기를 키움’이다. 내가 아기를 키운다는 말은 언감생심이다. 하느님께서 손수 지시하는 것에 잠시 시중들고 있을 뿐. 나도 아기와 함께 자라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저물어 가는 황혼의 목숨 한 조각이 솟아오르는 해 같은 아기를 조금씩 자라게 하는 것이니 어찌 아니 기쁠까.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데 마치 하느님의 특별 과외를 받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오래 살아 있도록 허락하신 이유도 아기를 잘 보살피라는 계시 같다. 하루 하루가 감사한 마음으로 꽉 차다 보니 절로 찬미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날이면 날마다 아기 키우는 일은 지지고 볶고 북치고 장구치는 경사스런 날이다.

교황님의 12월 기도 지향을 보면 우리가 어린이 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아이는 세상을 알고 싶어 질문하고 싶어하니 우리도 하느님 세상을 알고 싶어하며 질문해 보라는 뜻이다. 아이와 같은 기도, 아이처럼 나를 송두리째 내어 맡기는 기도를 하라고 하셨다. 겸손에 대해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겸손 앞에서는 천하장사도 없을 듯싶다. 겸손은 중노동 끝의 달콤한 휴식이요, 겸손만이 나와 세상 모든 문제의 핵심이자 정답이 있지 않나 싶은 것이다. 하느님과 함께 살 수 없게 하는 걸림돌인 나 겸손하지 못하게 하는 나를 의식적으로 버리며 의무적으로라도 나를 버리는 연습을 하다 보면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교황님께서는 겸손을 늘 염려에 두고 살면 좋겠다는 당신의 간곡한 당부의 말씀이시라 생각한다.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와 일치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러니까 아기의 마음을 읽어야만 일이 뜻대로 잘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선지 아기를 하느님과 일치시키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니 아이와 같아지면 하느님과 일치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신념이 생기고 신뢰도 따라왔다. 그리하여 고되기만 했던 신앙 생활이 조금씩 나아진 듯도 했다. 돌길 같은 신앙심이 제법 잘 다져진 부드러운 흙길 같이 된 느낌이랄까? 비가 와도 질퍽거리지 않은 이 흙길이 더 잘 다져져서 걷기 좋은 길로 만들어 이웃과 함께 걷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소망은 언제가 현재진행형이리라. 그러니 신앙심을 튼튼하게 키우는 여정은 죽는 날까지 이어지리라. 그리하여 우연한 기회에 주님의 아주 특별한 은총으로 타의에 의해 책을 내게 되었던 것이다 아기의 한 살 때 이야기는 1편 두 살 때 이야기는 2편으로 묶어 ‘하루 볕이 모여서’ 란 육아 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던 것이다. 몽골과 멕시코의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사목을 하시는 신부님께 시집 판매 대금 전액을 보내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3편을 준비 중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강희산(리오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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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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