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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젊은 의사 음태인씨의 간 기증, 생명 나눔 되새겨

서울성모병원 간 이식 첫 성공(1993년) 당사자 이종영씨와 집도의 등 참석한 자리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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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 3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첫 수술환자 이종영(오른쪽 네번째), 집도의 김인철(오른쪽 세번째) 등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수술을 잘 받고 나와서 회복기간에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의사 선생님 속을 많이 썩였습니다. 약 때문에 힘들어서 중환자실에서 소리 지르기도 했습니다. 병실에 올라온 지 3~4일 지났을 때,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는데 해가 비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새 생명을 갖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이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종영(60)씨는 “30년 전인 1993년 6월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며 이렇게 회상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씨는 30세 때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고 입퇴원을 반복했다. 그해 5월, 한 달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얼마 못사니까 집에서 편히 있으라고 진단받을 정도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유일한 희망은 간이식을 받는 것이었지만, 쉽게 구해질 리가 없었다. 더구나 당시 국내에서 간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았다.

기적처럼 병원에서 기증자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다음날 두려운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병원에서 간이식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고통이 심했고 복수가 많이 차있던 상황이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해보고 죽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주임인 김인철 교수님이 다리를 만져주면서 ‘잘 될 테니까 걱정 말고 수술 잘 받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이씨에게 간을 내어준 사람은 젊은 의사 음태인(비오, 당시 25세)씨였다. 1993년 3월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의사)이 된 그는 3개월 만인 6월 22일 불의의 사고로 뇌사가 됐다.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불고, 스키를 잘 탔으며, 친구가 많던 멋진 청년이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아버지 음두은 박사는 고민 끝에 아들과 본인의 모교인 가톨릭의대에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음 박사의 대학 동기이자, 고인의 스승인 김인철 교수(전 서울성모병원장)와 김동구 교수(은평성모병원) 집도로 수술이 진행됐다. 망가진 간을 절제하고 이식받을 간을 심어 혈관 및 담관을 연결하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의료진은 고인과 유가족의 숭고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뒤에서는 고인과 함께 공부한 의대 동기와 전공의가 오열하며 수술을 참관했다. 수술은 열 시간 동안 진행됐고, 한 젊은 의사의 거룩한 생명 나눔은 마침내 성공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30년이 된 지난 6월 22일 이를 기억하는 자리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렸다. 행사장에는 30년 전 집도 의사와 당시 처음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 이종영씨가 참석했다. 이씨는 “간을 내어준 기증자 음태인님을 비롯해 김인철 전 병원장과 김동구 교수 등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인철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에 뇌사에 대한 정의가 없어 외국 사례를 참조해야 하는 등 수술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며 “간이식을 받은 이씨가 아주 건강히 잘살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노력해 한 생명을 살게 했구나’하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1993년 6월 첫 뇌사 간이식 성공 이후 1996년 5월 첫 생체 간이식, 2001년 3월 간·신장 동시 이식, 2001년 8월 소아 간이식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 간이식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22년 현재 1344건의 간이식을 성공시켰다. 한편, 2001년 6월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이식 후 생명을 되찾은 이들이 삶을 나누기 위해 자원봉사 모임 ‘동인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한 젊은 의사를 기려 정기적으로 ‘故(고) 음태인 의사 추모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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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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