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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성가 울려퍼진 장례식, 천상 잔치가 되다

암투병하다 선종한 이인숙씨, 투병 중에도 사랑 실천하고 ‘쓰레기 없는 장례’ 직접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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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이자 포콜라레 회원으로 일치의 영성을 살았던 고 이인숙(클라라)씨. 김경숙씨 제공

이인숙씨가 청주성모병원 원목 담당 김기용 신부와 원목 담당 안경숙 수녀, 자신을 간병해준 포콜라리나 김경숙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모든 사람을, 항상! 모든 사람을, 즉시! 사랑하자 항상 즉시 기쁘게~. 한 번뿐인 우리의 생을 헛되이 살고 싶지 않네. 매일 저녁 나는 오늘도 사랑했다고 말하리~ 랄라랄라~♪”

5일 충북 청주시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 암 투병을 하다 3일 세상을 떠난 고 이인숙(클라라, 75, 청주교구 신봉동본당)씨의 장례 미사에서 상복을 입은 동생 이이숙(예비신자)씨가 “언니가 좋아하는 젠 성가 ‘항상 즉시 기쁘게’를 락버전으로 불러드리고 싶다”며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 곳곳에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닦는 이들도 있었지만 “장례 미사는 슬픈 장례식이 아니라 천상 잔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고인의 뜻대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락버전 성가가 울려 퍼지는 특별한 장례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실제 이날 슬픔보다는 기쁨으로 더 하나 되길 원했던 고인의 뜻대로 잔치 같은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청주성모병원 원목실장 김기용 신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죽음을 기쁘게 준비하시고, 말기 암환자로서 받는 고통마저도 기쁘게 받아들이시는 모습에 사제로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김 신부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고, 끝까지 밝은 모습에 유머를 잃지 않으셨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덧붙였다.

미술가이자 포콜라레 회원이었던 이인숙씨는 2022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포콜라레 새인류운동 예술계 모임을 하며 인천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으로도 활약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포콜라레 일치의 영성을 살았던 그는 본당 독거 어르신을 비롯해 쉬는 교우들, 병원에서 만나는 환우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힘을 얻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건넸다.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외입양, 유엔난민기구, 탈북민과 국내외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단체에 꾸준히 후원하고 전 재산을 기부했다. 그는 선종하기 하루 전날까지도 기부금을 이체했다. 시신은 가톨릭대 의대에 기증했다.

생의 마지막 시기를 고인과 영육간으로 동반한 한 포콜라리나는 “그는 혹독한 고통을 씩씩하게 감수하면서 일치된 세상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 싶어 했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께 시선을 고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투병생활을 하며 고통스러운 시술을 받을 때마다 공포에 떨면서도 ‘예수님, 당신 손에 맡깁니다, 이 세상과 저희의 죄를 용서하소서’라고 청했다”면서 “그는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밝고 환한 얼굴로 사람들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특별히 이날 장례는 고인이 요청한 대로 ‘쓰레기 없는 장례’를 치루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는 하나도 쓰지 않았다. 한 포콜라레 회원은 성당에서 수저를 대량으로 빌려왔고, 조문객들은 텀블러를 지참했다.

1948년 수원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과 학사 학위를 수료했다. 1977년 이탈리아에서 미술 공부를 하던 중 포콜라레 소도시인 로피아노를 방문하면서 포콜라레 영성을 접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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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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