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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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성모님과 십자가의 길 걸으며 성지 지키는 사제

의정부교구 양주 순교성지 담당 최민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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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신부와 양주 순교성지를 방문한 신자들이 오후 3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 하고 있다. 최 신부는 3년 6개월간 매일같이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그는 십자가의 길을 ‘영혼의 진통제’, ‘천국 가는 길’이라 부른다.


십자가의 길은 ‘영혼의 진통제’
성지 부임 후 3년 6개월 간 
매일 십자가의 길 기도 바쳐
스스로 충만함 느끼고 변화 
신자들 찾아오며 성지도 활기 
더 많은 관심과 후원 호소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은 영혼의 진통제입니다.”

의정부교구 양주 순교성지 담당 최민호 신부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십자가의 길을 바치기 위해 어김없이 성지 마당으로 향한다. 2020년 9월 부임하고 한 달가량 지난 뒤부터 시작했으니, 그 기간만 3년 6개월에 이른다. 섭씨 35℃의 무더위와 영하 28℃의 강추위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야외 십자가의 길 기도만은 거르지 않았다. 덕분에 동상에 걸린 적도 있지만, 그마저도 은총으로 여긴다. 시작은 하느님의 흔적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교구 상황에 의해 갑작스레 발령받고 부임한 최 신부는 “지금은 천막이라도 있지만, 그때는 순교 터만 덩그러니 있었고, 코로나 시기라 방문하는 순례객도 없었다”며 “하느님의 흔적인 성지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순교 터는 죽음의 길이 아니라, 하늘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순교 터에서 하느님 현존을 증언하는 가장 큰 기도가 십자가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오후 3시에 바쳐보기로 하고 홀로 시작했죠.” 최 신부는 “그렇게 매일같이 십자가의 길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사제생활 20년 만에 제 삶이 역전됐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도 충분하게 하고 많은 성과도 냈지만, 외부 환경에 휘둘리며 오르락내리락하기 일쑤였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곤 두려움이 설렘으로, 불안함이 든든함으로, 허함이 거룩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하느님께 회복하고 있는 저를 바라봅니다.”

최 신부는 십자가의 길을 ‘영혼의 진통제’라고 했다. “진통제는 치료제 역할을 하진 않지만, 고통을 지나가게 하고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나가게 합니다. 고통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의무감만으로는 이렇게까지 할 수 없다”며 “체험이 있으니 가능하다”고 했다. “보통 오후 3시는 하루 중 가장 힘이 빠지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기도하다 보면 영적으로는 가장 충만한 시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신이 인간을 위해 죽은 시간, 즉 하느님이 인간을 가장 사랑한 시간이라는 걸 말입니다.”

 


 



아울러 최 신부가 매일같이 기도를 바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성모님이다. 최 신부는 직접 제작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책자로 부활을 의미하는 15처까지 바친다. 그는 “성모님은 가장 먼저 십자가의 길을 걸은 인간이고, 그 길에서 여인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며 “곧 신이 인간에게, 인간이 신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 십자가의 길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또 “여기서는 15처인 부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십자가의 길은 어느 시기에나 바칠 수 있는 사랑의 길,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제가 매일 성지에서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 알려져 사순 시기인 현재 20~30여 명의 신자가 최 신부와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다.

“십자가의 길 기도로 개인적인 삶의 변화도 있지만, 성지도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척박했던 양주 순교성지가 위로와 희망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후원이 필요하지만, 빠르면 올 여름 새 성전 착공식도 가질 예정입니다. 이런 게 기적 아닐까요? 사순 시기 끝자락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꾸준히 십자가의 길을 바쳐보시길 권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내 삶을 변화시켜주고, 천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양주 순교성지 ‘십자가의 길’은 유튜브 영상(sd.uca.or.kr/yangju1866)을 통해서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기도 및 후원 문의 : 031-841-1866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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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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