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2세로 선종한 나환우의 대부 이경재 신부의 삶과 신앙을 담은 일
대기 이경재 신부님 (도서출판 소금물)이 나왔다.
이 책에는 사제서품 직후인 1951년 어느 날 공소 방문길에 의왕시 모락산 기
슭에서 나환우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한 평생 나환우를 돌보다 세상을 떠난
이 신부의 숭고한 사랑이 구석구석 배어있다. 집필자는 방송작가이자 라자로돕
기회 운영위원인 곽인행씨.
그 날 내 생전 처음 나환자를 봤어요. 그런데 희한한 건 모두가 꺼리고 무
서워 피하는 나환자들이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어요. 전혀 거부감도 없었어
요….
이 신부는 나환우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리고 구라사업의 황무지
와도 같았던 70년대 초반부터 일본 미국 등 세계 도처로 도움을 호소하러 다니
느라 국제거지 라는 별명을 얻게 된 사연을 적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회고담에서 우리 사회가 이 신부님이 보여주신 순수한 열
정과 집중력을 배운다면 실타래처럼 얽힌 산적한 난제를 하나씩 풀어갈 수 있
을 것 이라고 말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영화배우 최은희씨·소설가 박완서
씨·성악가 조수미씨 등도 이 신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피력했다.
작가 곽씨는 생전에 그토록 작품을 보고 싶어 하셨던 신부님께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며 신부님은 모두가 등돌린 나환우들을 작은 예수님 이라
부르며 간절하게 그들을 섬겼던 사랑의 화신이다 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